(정애원은 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면 청계리 881-1번지에 있는 노인무료요양시설(054-232-0395/7)입니다 (www.jungaewon.or.kr)
만 65세 이상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의 수급자로서 부양가족이 없는 어르신 혹은 있더라도 현재 부양능력이
결여되어 혼자 사시거나 홀로 사시는 것이 인정 되시는 분들을 위한 시설입니다)
구룡포 어머님을 마지막으로 뵌 게 1983년 봄이었습니다.
수감생활을 마치고 나온 후 고향으로 내려갔고 구룡포어머님은 내 손을 잡고 산으로 오르셨습니다. 벌을 치는 집을 찾아가 벌집채 몽땅 들고
오셨습니다. 그걸 먹고 징역에서 쌓인 독을 빼야한다면서요.
중앙시장안에서 어지간한 뱃놈은 고함소리 한마디로 기를 꺽어놓으시던 분이셨고 기골도 어느 남정네 못지않게 장대하셨습니다.
그만 25년이 흘러 버렸습니다.
바닷가 뱃놈들을 한손에 휘어잡으시던 그 모습은 이제 어디에도 없고, 늙고 쪼그라들어 왜소해진 노인네 한 분만 거기 계셨습니다.
못 알아봤습니다.
그만 못알아 봤습니다.
강귀분 할머니가 맞냐고, 같이 가셨던 큰 누님조차 다시 한번 확인해야 했습니다.
저를 못알아 보십니다.
내가 누군지도 못알아 보십니다.
"내사마 눈지 못알아 보겠다"라고만 하십니다.
입이 심심하면 쪼르르 달려가 술안주 팔려고 장만해논 온갖 것들을,
땅콩이며 과자며 포며 고기며
이 주머니, 저 주머니 미어터지게 집어넣던 어린 시절부터
졸리면 거기서 자고
배고프면 밥먹고
돈없으면 언제나 내 주머니에 돈 넣어주시고
자기 뱃속으로 낳은 자식이 있었더라도
그리 못할 만큼 애지중지 이쁘게
보살피시던 막내이건만
이젠 더이상 누군지도 모르십니다.
세월이 너무 많이 흘러버렸습니다.
제가 죄인임에 틀림없습니다.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입니까.
"내사마 인자 죽고 싶다" 라고 하십니다.
어찌 그러시지 않겠습니까.
그저 가슴만 찢어질 것같습니다.
다음에 갈 때는 저희 결혼식 사진을 크게 확대해서 가지고 갈랍니다.
거기서 환하게 웃고 서 계신 당신의 얼굴을 보시고
제발 기억해 주길 바라고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