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호박씨를 창밑에다 뿌렸다. 작년까지는 과일나무 밑쪽으로 빈 공터에다 심었는데 어찌나 무성히 자라고 호박도
금새금새 커가는지, 거기까지 올라가기 귀찮다는 이유로 이번에는 뒷마당 안방 창밑에다가 심었다. 그리고는 이렇게 쑥쑥 자랐다.
어찌나 무성히 자라는지 마치 괴물같잖아요? 근데 문제가 생겼어요. 호박이 한 두개 열리더니 그 다음부터는 영 호박이 달리지를 않아요. 잎은
이리도 무성한데 어쩌다 고추같이 조그만 호박이 달렸다가도 금새 시들어버리고는 그러더라고요.
"아, 여기는 땅이 너무 척박하구나. 저 위에 작년에 심었던 거기가 땅이 좋구나" 뭐, 이게 우리의 결론이었어요. 아는게
있어야지요.
우리의 무식을 해결해 준 건 장인어른이셨습니다. 벌이 날아와 암수꽃을 다니면서 수정을 해줘야 호박이
자라는 거라고 말이죠. (왼쪽이 수꽃이고 오른쪽이 암꽃이래요. 차이를 아시나요?)
아, 그러면 어쩌죠? 없는 벌을 잡아 올 수도 없고.....
인공수정을 시키래요.
아, 갈수록 암담합니다. 인공수정이라니요? 그런 걸 우리가 어떻게 합니까?
계속 무식을 떨었지요.
이른 아침 꽃잎이 지금처럼 활짝 벌어졌을 때, 면봉같은 걸 사용해서 왼쪽 수꽃에서 분을 발라다 오른쪽 암꽃에다 발라주면 된대요 ^ ^. 그림처럼
말이죠.
학교다닐 때 이런거 안 가르켜 주던대....
얘는 종자용으로 남겨 두기로 했어요.
(이거 비밀인데 말이죠, 이 호박은 올해가 다 지나도록 그 자리에 그냥 그대로 있었어요. 뭐, 꼭 따다가 잘 보관해야 하나요... 땅이 잘
보관해 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