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4 | 95 | 96 | 97 | 98 | 99 | 2000 | 01 | 02 | 03 | 04 | 05 | 06 | 07 | 08 | 09 | 10 | 11 & after | Special Edition 

   | 봄날 앞마당 |  4월의 오경석 | 포도따기 유병진 | 장인, 장모님과의 오후  | 10월의 비오는 날 | Goodbye 2004 |

                                                                    Year of 2004         장인.장모님과의 오후 - 1, [2], [3]


  올해는 호박씨를 창밑에다 뿌렸다. 작년까지는 과일나무 밑쪽으로 빈 공터에다 심었는데 어찌나 무성히 자라고 호박도 금새금새 커가는지, 거기까지 올라가기 귀찮다는 이유로 이번에는 뒷마당 안방 창밑에다가 심었다. 그리고는 이렇게 쑥쑥 자랐다.
 

  어찌나 무성히 자라는지 마치 괴물같잖아요? 근데 문제가 생겼어요. 호박이 한 두개 열리더니 그 다음부터는 영 호박이 달리지를 않아요. 잎은 이리도 무성한데 어쩌다 고추같이 조그만 호박이 달렸다가도 금새 시들어버리고는 그러더라고요.
"아, 여기는 땅이 너무 척박하구나. 저 위에 작년에 심었던 거기가 땅이 좋구나"  뭐, 이게 우리의 결론이었어요.  아는게 있어야지요.
 

 우리의 무식을 해결해 준 건 장인어른이셨습니다. 벌이 날아와 암수꽃을 다니면서 수정을 해줘야 호박이 자라는 거라고 말이죠.  (왼쪽이 수꽃이고 오른쪽이 암꽃이래요. 차이를 아시나요?)
아, 그러면 어쩌죠?  없는 벌을 잡아 올 수도 없고.....

 

인공수정을 시키래요.
아, 갈수록 암담합니다. 인공수정이라니요? 그런 걸 우리가 어떻게 합니까?
계속 무식을 떨었지요.
이른 아침 꽃잎이 지금처럼 활짝 벌어졌을 때, 면봉같은 걸 사용해서 왼쪽 수꽃에서 분을 발라다 오른쪽 암꽃에다 발라주면 된대요 ^ ^. 그림처럼 말이죠.
학교다닐 때 이런거 안 가르켜 주던대.... 
 

얘는 종자용으로 남겨 두기로 했어요.
(이거 비밀인데 말이죠, 이 호박은 올해가 다 지나도록 그 자리에 그냥 그대로 있었어요. 뭐, 꼭 따다가 잘 보관해야 하나요... 땅이 잘 보관해 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