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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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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이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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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엌 창 밖으로 보이는 화분위에 새인형 같은게 놓여져 있는데.

어느 날 설겆이를 하는데 창문 앞에 매달려있는 화분 위에 이상한 게 있는 것이 보였어요. 뭘까하고 자세히 들여다 보니 새 인형 같은 것이 화분 위에 얹혀져 있었어요.  누가 거기다가 인형을 가져다 놓았을까?  한참을 들여다 봐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으니 나무로 깎아 만든 목각인형이라고 여길 밖에요.  인형이라고 해도 참 이뻣어요. 밖으로 나가서 쳐다봐도 전혀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진짜 새인형인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글쎄요...

우리집에 저런 목각인형이 있었던 기억도 없고, 더구나 누가 그걸 사다가 아무 소리도 안하고 저기다가 얹어 놓았을 리도 없을 텐데하고 다시 고개를 갸우뚱할 수 밖에요.

 


"여보야, 일로 와봐라",
"석재야 얼릉 와서 이거 좀 봐라"
뭐 이러면서 세 식구가 다 나왔습니다.
"저거 진짜 새잖아?" "알 낳으려고 온거 같애", "저새 이름이 뭘까" "너무 이쁘다' "알은 몇 개나 있을까" 등등 온갖 궁금증과 신기함에 자못 흥분했습니다.

그날 이후로 세 식구에게는 '새가 잘 있는지'가 큰 관심사가 됬습니다. 저녁에 들어오면 새부터 들여다 보고, 아침에 나갈 때는 "아직도 새 있지?", "언제쯤 알을 낳을까" 뭐 이러면서 좋아합니다.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한 유병진이가 드뎌 새알을 훔쳐봅니다.
어미 새는 하루 종일 꼼짝도 안한다. 작은 움직임조차 못 느낄 정도로 종일 가만 있는다.
하지만 하루에 한번, 오후 나절에는 한 두어 시간 정도 어디를 다녀온다. 어딜 갔다 오는 걸까? 어딜 가서 열심히 먹이를 잡아먹고 또 하루종일 알을 품을 힘을 내고 오는 걸까?
두어 시간의 외출 후 돌아올 때도 참 조심스럽다. 바로 찾아 들어오는 법이 없다. 멀찌감치 앉아서 한참을 보다가 서야 그제서야 둥지로 들어온다. 그래도 내가 이렇게 들여다 본 걸 모르겠지^^  

토요일 오전이었다. 오경석이랑 둘이서 "아직도 있지?"  "근데 알 낳을 때가 되어 가는 것 같은데 언제 낳을까?" "새끼가 나오면 볼 수 있을까?" 그러고 있었다. 
그러다 점심때쯤 되었을까? 오경석이 비명을 지른다.
"여보, 일루 와봐, 새가 없어!"

인사도 안하고 떠나버렸다. 깃털만 몇 개 남고 새끼를 낳고 그새 떠나버렸나 보다. 우린 며칠을 섭섭해 했다. 
 


▲ 또 찾아온 새. 어쩌나 물받이 홈통에 자리를 잡았으니...허지만 위에 지붕이 있으니 괜찮다.

친구가 왔다.
새가 떠난지 몇 주 쯤 후일까? 먼저 새가 소개를 한 것일까(그집 넘 좋더라고 ㅎㅎㅎ), 같은 새가 또 찾아와 둥지를 틀었다. 이번엔 물받이 홈통에다가 자리를 잡았다. 불편할 텐데... 괜찮을까... 오랫동안 저기 가만히 있어야 하는데 딱딱하지나 않을까.. 뭐 이렇게 별 걱정을 다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얼마 후 우린 막 태어난 새끼를 보는 행운을 잡았다. 어미 옆에 앉아 똘망똘망 눈방울 굴리는 새끼를 말이다.
그리고 둥지를 떠나간 다음날 우린 기가 막힌 일을 보면서 그만 웃어버렸다. 깻잎 씨를 뿌릴려고 밭을 만들어 놓은 조그만 텃밭에 이 새끼녀석들이 와서 거길 그만 지네들 놀이터로 만들어 버린 거다. 남의 텃밭에 자리를 잡더니 도무지 갈 생각을 안하고 아예 거기서 진을 친다. 두 녀석이 종일 양지바른 곳에서 꾸벅꾸벅 조는 듯 노는 듯, 가끔은 아장아장 걸어 다니고는 그런다. 가까이서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들이대면 날아가지도 않고는 그저 뒤뚱뒤뚱 걸어서 도망을 간다. 잘 날아다니지도 못하는 녀석들이라 그런가?










 


 


 
 

▲ 양지바른 곳에 날라와 앉아 조는 듯 노는 듯 하는 이쁜 새끼들
 

이 자리에는 지금 깻잎이 꽤 잘 자라고 있다. 얘들이 떠난 후에야 깻잎 씨를 뿌렸기 때문이다. 세 식구 찌게 끓여 먹을 때도 넣고, 가끔은 삼겹살 구어 먹을 때도 따다 먹는다. 복숭아 나무 밑이라 적당히 그늘이 져서 잘 자란다.   

근데 가끔은 얘들이 날라오면 알아볼 수 있을까?

 

 

 

▲ 채소밭 만들 자리를 아예 지네 놀이터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