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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 > 사는 모습 > 10월의 비오는 날  [1],  [2],  3

 
 
 
 
 
 
 


  우리 집의 새 식구예요.
오경석의 친구가 아파트가 좁다고 화분을 여러 개 주었어요. 가져올 때는 전부 시들시들 했는데, 우리 식구가 되고 부터는 어찌나 싱싱하고 꽃도 이리 잘 피는지 너무 이뻐요. 
 

  옆집 미국할아버지 Phil 네 집에서 넘어 오는 오이.
철따라 호박도 넘어 오고 오이도 넘어 오고 콩도 넘어 오고,  그래서 이 놈들이 잘 넘어오게 아예 줄을 매달아 놨지요. 밑에 그림보면 보이죠? 
 

 아, 너무 부끄러워서 Phil 한테 아직 고백을 못한 일이예요.
호박이 하나 달려서 이렇게 열심히 커가고 있었어요. 잎사귀를 보세요, 딱 호박이잖아요?
이제는 먹을 때가 됬다 싶어 이날 얼른 따 왔지요. 된장찌게라도 끓여먹자고요.
된장풀고 다시마 넣고 멸치도 넣어 국물 만들고, 감자도 썰어 미리 넣고  고추도 넣고, 두부도 준비해 놓고 이제는 호박썰어 넣을 차례.
근데 이 녀석을 썰던 유병진이가 오경석을 부를 수 밖에 없었어요. 호박이 이상했거든요, 아니 이상하다기 보다 호박이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마구 들었으니까요.
한 조각 들고 맛을 본 오경석이가 보인 반응.
"어머, 이걸 어째, 이걸 어째....."
"여보야, 이거 호박 아니다, 아닌 거 같다."

(유병진) "?????"
"다 컸는데, 근데 이게 왜 이렇게 맛이 안들었지? 호박속이 아닌데? 그럼 이게 뭐야?"

(오경석) "여보, 이거 멜론 같다!!!! 색깔하고 맛하고 봐봐.... 멜론 같애"

아, 우리는 맛조차 들지 않은 생짜배기 애기 멜론을 호박인 줄 알고 따서 된장찌게 끓여먹을려고 했던 겁니다.  옆집 할어버지 Phil은 그래도 우리가 잘 먹었다는 얘기를 해 줄 알고 기다렸을 텐데....
어떻게 익지도 않은 녀석을 따다 먹을려고 했다고 말할 수 있나요, 더더구나 된장찌게라는 걸 끓여먹을려고 땄다는 말은 도저히 못하지요. 
맨날 콩하고 오이하고 호박하고..... 이렇게만 심다가 멜론을 심어놓고 말을 안하면 우리가 어떻게 아나요, 말이나 좀 해주지, 멜론이 담 넘어간다고.....

결국 이 익지도 않은 멜론은 장모님이 채썰어서 양념해서 무쳐주셨지요.
 


비 그친 뒤의 풍경은 참으로 싱그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