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는 이야기 [List] 
May 8,  2013 | 결혼식에 참석하러 시애틀을 다녀오다
   

오경석의 친구 강윤순의 아들 Lio Ryu의 결혼식이 있었다.
(St. Paul Chong Hasang Korean Catholic Church in Tacoma, WA.  May 11, 2013). 
 

이곳의 공기는 언제나 상쾌하다.  특히 이른 아침의 동네 산책길은 그 차갑고 상쾌한 기운으로 나뭇잎들의 색을 더욱 진하게 하고 사람을 기쁘게 해준다. 워싱턴 주 꽃(state flower)인 철쭉(rhododendron)과 수국은 이곳 저곳 집 앞 정원에서 쉽게 볼 수 있었는데, 캘리포니아의 그것과는 달리 작은 꽃들이 모여 한 개의 큰 떨기를 이루고 특히나 수국은 한 꽃이 여러 색상으로 어울어져 아름다웠다.
 
저녁 무렵의 산책길도 좋다.
 
오후 8시 무렵의 시간인데도 아직도 해가 있어 산책하기에 넉넉한 시간이다. 
 

이곳에 올 때면 늘 이른 아침과 저녁 무렵에 동네 산책을 즐기는데,
봄에 온 이번 길에는 저 노란 꽃
(yellow monkey flower)들이 들에도 간선도로 주변에도 지천으로 피어 있었다.
이곳 사람들은 저 꽃을 알러지꽃이라고 부르더라.
 

결혼식에 참석하러 온 이들과 함께 나선 산책길이건만
일행들은 저만큼 앞서가고 우리는 늘 뒤처진다.
이번에는 고사리를 따들고 즐거워 하느라 그런다.

 

산에 핀 고사리를 본 적이 없는 나를 위해 일행들은 걸음을 늦추고
어느 것이 고사리인지 가르켜 주기도 하고, 또 내게 그걸 직접 수확하게도 해 준다.
진한 색으로 통통히 살찐 상품(上品)의 고사리를 오른쪽으로 가려 잡고 나는 즐거워 한다.

 

Redondo Beach Dr. S
다음 날은 오후 한가한 시간에 가까운 바닷가를 나갔다. 결혼식을 앞둔 이곳의 기온은 80도를 넘고 일주일 내내 비오지 않고 맑았다.

 
저녁 해가 떨어질 무렵이면 이곳은 참 아름다운 경치를 보여 주는데, 앞으로 보이는 낮게 깔린 육지들이 층층이 뒤로 뒤로 겹쳐 있는데 그 모습이 석양속에 어스름이 사라질 듯 보이면 보는 이는 발걸음을 떼기가 어려워진다.
   
결혼식이 있을 11일을 사흘 앞둔 8일 이곳에 도착했다.
며칠 여유를 두고 일찍 도착하고 싶었던 것인데 그 여유를 이렇게 한갓지게 이런 peer에 보낼지라면 오징어낚시 생각이 간절하다. 오징어낚시가 가능한 곳이기 때문이다. 사실은 출발하기 전에 지금 때에 이곳에서 가능한 바다놀이, 그 중에서도 무슨 고기잡이가 가능한가를 열심히 찾았는데 봄철이라 연어낚시는 때가 아님을 이미 알았고, 광어낚시는 적어도 배타고 나가야 될 것 싶었다. 그래도 열심히 찾으니 기쁜 소식이 줄줄이 올라온다. 오징어낚시가 곳곳에서 가능하고, 새우를 잡을 수 있는 수없이 많은 point가 상세한 지도까지 나오고, 조개잡이 장소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입이 함박만큼 벌어졌다.

그런데 아뿔사! 새우잡이 유명한 곳은 전부 태평양 바다쪽으로 나와있다. 그것도 모자라 작년 여름 여행에서 지나갔던 곳, 점심먹으러 머물렀던 곳들이 줄줄이 새우잡이 point로 올라온다. 너무 멀어 다시 그곳까지 갈 수가 없다. 오징어는 7월말 8월초에 북서쪽 끝 Near Bay에 나타나 캐나다와 미국의 경계를 이루는 Juan de Fuca만을 따라 들어와 9월말 10월초에 시애틀 지역 내륙 깊숙한 곳에 도달한다. 그 때가 되야 지금 서있는 이곳에 나타난다는 말이다. 오징어잡이로 유명한 한국 동해안의 포구 구룡포에서 나고 자란 내가 오징어 철을 모르고 이 봄에 오징어잡을 생각을 하다니 헛웃음이 나왔다. 밤이면 바다 멀리 오징어잡이 배의 불빛이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눈이 부시게 켜져있던 광경이 눈에 선한데 그 오징어를 여기서는 서서 낚시로 잡는다는 생각에 그만 상식도 잊어버렸다.

이 아쉬움은 도착한 날 저녁에 곧바로 황홀하게 보상되었다.
저녁 산책길에 나선 우리를 빨리 돌아오라 재촉한 혼주의 성화에 옷도 못갈아 입은 채 문 앞에서 기다리던 차에 실려 그 지역 한인성당 식구들의 모임에 끼어 들었다. 이곳은 얼추 매년 다녀온 셈인지라 낮익은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나같은 비신도 이방인도 반갑게 맞아 주신다. 온갖 종류의 Seafood로 채워진 식탁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180마리의 새우(일인당 80마리까지 가져갈 수 있는 새우를 두 사람이서 잡아왔다니 그런 숫자가 되리라), 내가 보기에는 한 가마니가 되고도 남을 생굴, 그리고 홍합국이 있었는데 먹어도 먹어도 식탁위에 놓인 접시의 새우와 굴은 그 수가 줄어드는 것같지 않았다. 더이상 배에 넣을 수 없을 때까지 먹었던 새우와 굴의 황홀한 잔치였다. 곁들인 술은 신부님이 여성분들을 위해 가져온 와인 한 병과 남자들에게는 알콜농도 52도와 88도의 고량주가 나왔는데, 52도 술은 한 잔인가 두 잔을 그래도 맛보았지만 88도(술이름도 '88'이었다) 술은 입술로 간지락거리다 목으로 넘기질 못했다. 술도 안먹고 안주만 쉼없이, 쉼없이 먹었던 나를 생각하니 얼굴이 좀 달아오른다.           

오경석은 피곤하다고 이 잔치에 가길 사양했다! 이곳 사는 여러 분들이 섭섭하다고 했다.
     

보기 드물게 좋은 날씨가 계속된 탓일까? 동양계로 보이는 두 사람이 모자로 얼굴을 깊게 가리고는 이곳에서 잠을 자고 있다. 오후 3시에 조금 못 미친 시간인데 왜 이들은 여기서 이러고 있을까? 행여 삶을 이어갈 직업을 못가져 그 아픔과 무료함을 이리 달래고 있을까 싶어 마음이 약간 무거워졌다.
 
결혼식을 사흘 앞두고 여유있게 온 탓이라 Point Defiance Park에 다시 들렀다. 몇 시간이고 숲 속을 거닐 생각으로 약간은 흥분도 되었는데, 게으름을 피우다 늦게 오는 바람에 그만 그 즐거움을 누릴 시간을 다 잃어버렸다. 바닷가로 내려와 Owen beach를 거닐었다.
    
Agnes and Gyeong seok.
금요일 저녁,  Agnes를 만나 저녁을 먹고 아이스크림도 함께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downtown Seattle)
 
Agnes and Byeong Jin.
 
Lio의 결혼식 이후 장소를 옮겨 진행된 party (Hotel Murano, Seat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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