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팔다리가 비틀어지고, 눈은 감겨 있고,
의식이 없어 듣고 말하기를 못한다고 한다.
서울도착 다음날,
병상 머리맡에서 서서 몸을 숙인 오경석이 누님에 큰 소리로 소식을 전하기 시작했다.
"형님,
막내동생도 왔고, 조카도 왔고, 저도 왔어요, 형님. 일어나세요.
형님이 이리 누워있어도 우리 말 다 듣고 있음을 우리는 알아요.
형님이 아무런 의식이 없다고 하는데 우리는 믿지 않아요.
다 들을 수 있음을 의심치 않아요."
누님의 눈가에 언뜻 눈물이 맺혔고,
눈꺼풀이 심하게 떨렸고,
얼굴근육이 크게 움직였다.
두번째 찾아간 막내동생에게
누님은 아무런 사랑을 보여주지 않았다.
귀국전날 세번째 찾아간 막내동생에게
누님은 작별인사를 하고싶어 하셨으리라.
또 눈가에 눈물이 맺혔고,
얼굴근육을, 눈꺼풀을 (내보기에는 안타까이) 움직였으니.
이 말을 전해들은 가족들은 믿기 어려워하기도 했지만,
우리 말을 다 들었음을
나도, 오경석도 하나도 의심치 않는다.
젊은 의사는 저 상태의 환자의 평균수명이
2년 남짓이라고
슬쩍 말을 섞었다.
오, 하나님
피나눈 동기를 또 잃어야 한단 말입니까?
(누님의 사진을 찍고 싶지 않았다, 저리 아파 누워있는 누나의 사진을 내 어찌 찍는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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