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는 이야기  [List]
Nov 28,  2011 | 선생님 고모
   

석재는 어릴 적 둘째 고모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가족들은 가끔 그 얘기를 하며 웃었다.
그 누님이 지난 봄에 다시 쓰러진 이후 의식불명상태로 청량리 경동시장 사거리의 이 병원에 누워있다. 

 
1995년 1월, 이민오기 한달 전 넷째 누님에 집에 가족들이 모여 저녁식사를 함께 했을 때.
누님이 가장 건강하고 행복했을 때였으리라.
(Back to 1995)
 
2002년 큰 형님댁에서 가족들이 모였을 때 여전히 건강했던 둘째 누님.
 
2007년 서울방문때 의정부 큰 형님댁에 가족들이 모였다.
아프고 몸이 성치않긴 해도 이리 동생을 만나러 올 수 있었다.
(Back to 2007)

 
손발, 팔다리가 비틀어지고, 눈은 감겨 있고, 의식이 없어 듣고 말하기를 못한다고 한다.
서울도착 다음날,
병상 머리맡에서 서서 몸을 숙인 오경석이 누님에 큰 소리로 소식을 전하기 시작했다.

"
형님, 막내동생도 왔고, 조카도 왔고, 저도 왔어요, 형님. 일어나세요.
형님이 이리 누워있어도 우리 말 다 듣고 있음을 우리는 알아요.
형님이 아무런 의식이 없다고 하는데 우리는 믿지 않아요.
다 들을 수 있음을 의심치 않아요
."

누님의 눈가에 언뜻 눈물이 맺혔고,
눈꺼풀이 심하게 떨렸고,
얼굴근육이 크게 움직였다.

두번째 찾아간 막내동생에게
누님은 아무런 사랑을 보여주지 않았다.

귀국전날 세번째 찾아간 막내동생에게
누님은 작별인사를 하고싶어 하셨으리라.
또 눈가에 눈물이 맺혔고,
얼굴근육을, 눈꺼풀을 (내보기에는 안타까이) 움직였으니.
이 말을 전해들은 가족들은 믿기 어려워하기도 했지만,
우리 말을 다 들었음을
나도, 오경석도 하나도 의심치 않는다. 

젊은 의사는 저 상태의 환자의 평균수명이 2년 남짓이라고
슬쩍 말을 섞었다.
오, 하나님
피나눈 동기를 또 잃어야 한단 말입니까?

(누님의 사진을 찍고 싶지 않았다, 저리 아파 누워있는 누나의 사진을 내 어찌 찍는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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