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신년 저녁에 오경석과 막걸리를 한잔했다.
작년 한국에 들렀을 때 먹었던 막걸리가 아주 맛있어서 굳이 여러 병을 사서 이 미국까지 들고 왔다.
캔맥주처럼 생겨서 쉬이 상하지도 않을 거 같았거든.
일년이 지나도록 냉장고에 그대로 있길래
오늘 저녁에 한 잔 하자고 해서 두 캔을 꺼내서 서로 한 잔씩 했다.
나 한 잔 반, 오경석 한 잔....
캔막걸리 두 개를 따서 그것도 다 못먹고 그만 둘 다 취해버렸다.
"이거 왜 이렇게 취하는 거야, 막 도네...."를 둘이서 연발하다가
마누라께서 하시는 말씀이
"이거 혹시 유효기간이 지나서 상한 거 아냐?"
캔을 한참 들여다 보던 그녀가 말한다.
"유효기간이 지났다는데?"
.......??
마누라 말은 무조건 맞다고 맞장구치는,
특히 마누라 면전에서는 마누라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무조건 맞다고 하고 사는 이 몸이
어떻게 그런 아부할 찬스를 놓칠까.
"그럼 그럼....한 잔 먹고 이리 사람이 맛이 가는데
저 술이 맛이 안간 술일리가 없지.
설마 우리가 막걸리 한 잔에 이리 맛이 갈 리가 있겠어, 술이 맛이 간 거지......"
마누라가 즐거이 웃었다.
남자가 은근슬쩍 아부해주는게 뭐 싫을리도 없고
막걸리 한 잔 먹고 취했다는 사실을 술 탓으로 즐거이 돌려버리는 것도
이 나이에 약간은 서글퍼지는 기분을 괜히 모른척 감출 수 있었으니
그 또한 나쁘지는 않았으리라.
한 잔 먹고 헤롱대면서 호기롭게 외쳤다.
올해의 모토는 "젊은 한 해"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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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한다'를 연발하다가
둘 다 다음 날 아침까지 푹 잤다.
아침에 일어나서
"우리가 취하긴 정말 취했었나 봐"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