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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r of 2010
                                                                                                    어느 젋은 부부 (May 1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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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어린 아이 둘을 데리고 젊은 부부가 찾아왔다.

남자 애는 두 세살 쯤, 아직 엄마품에 안긴 여자아이는 이제 돌이나 막 지났을까 싶었다.

브레이크가 이상하니 점검을 좀 해줄수 있느냐고 묻는다.

 

많이 낡고 오래된 차인데다, 차체도 한 쪽이 찌그러져 있다.

하지만 그런 건 크게 문제가 안되는 것,

문제는 이 손님의 요청대로 브레이크 점검을 해보니 문제가 좀 심각하다.

오른쪽 앞 브레이크 시스템은 아예 작동하지 않았고,

뒷 브레이크는 너무 오랫동안 교체하지 않아서 거의 닳아 없어졌다.

오랫동안 그런 상태로 타고 다닌 것 같았다,

상당한 비용이 나왔다.
 

손님에게 차의 상태를 얘기해 주는데 두 부부가 말없이 듣고만 있다.

내 얘기를 다 듣고난 남편이 말했다.

"오늘 우리가 쓸 수 있는 돈은 $250 이 전부입니다."

견적비용은 $800 이상이 나왔다고, 날더러 어쩌라고...

 

애기를 안고 옆에 앉아 듣고만 있던 젊은 부인의 눈빛이 계속 내 시선을 끌었다.

부인의 눈은 감당할 수 없는 비용에 대한 얼마간의 절망과

그 지경이 되도록 차조차 고치지 못하고 타고 다닐 수 밖에 없는 자신과 세상에 대한 분노와 아픔같은 것들이

아주 복잡하게 얽힌 듯해 보였고,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속으로 이를 앙다문 것이 내 눈에 선히 보였다.

 

난 스스로 백기를 들고 말았다.

가격을 $150 정도 내리고, 오늘 다 고쳐줄테니 세 번에 걸쳐서 낼 수 있겠냐 물었다.

그렇게 하겠노라고 젊은 부부가 대답을 하길래

차를 다 고쳐서 내 보냈다.

다음 주와 다다음 주에 꼭 와서 돈을 갚아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당신들을 믿은 나를 배신하지 말라고 했다.

부품도 그만 보통 때보다 더 비싼 것으로 넣고 말았다.

 

차를 고치면 돈을 전액 지불해야 차를 내준다.

예외가 없다. 손님들도 당연히 그런 줄 안다.

아주 가끔씩 돈이 없어 못내는 사람도 있다.

차를 주지 않는다.

 

어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낡은 차 한대로 버티는, 어려운 형편이 눈에 선히 보이는, 두 어린 아이까지 태우고 다녀야 하는 젊은 부부의 모습에

왜 나는 먼저 백기를 들어버린 걸까?

남의 사정을 봐주며 business를 하지는 않는다는 그간의 모습들을 왜 그리 쉽게 허물어버렸던 걸까?

 

난 그 젊은 부부가 다음 주에, 그리고 다다음 주에 꼭 찾아올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들이 그 돈을 만들 수 있을까 불안하기만 하다.

믿는 마음과 불안한 마음이 다 함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