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범신의 '촐라체'란 책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이제는 책을 읽는다는 일 자체가 먼 옛날 젊었을 적의 일 정도가 되어 버렸고
읽는다고 하더라도 그저 아무 생각없이 휙 읽을 수 있는 정도의 책이나 가끔 보게된다.
몸이야 미국산다지만
영어책을 읽을 정도의 수준은 당연히 아닌 것이고, 또 그럴 생각도 없다보니
집사람이 가끔 LA 코리아타운에 갈 때 그곳의 한인도서관에서 빌려오는 책 정도를
자기 전에 무료해서 보는 정도이다.
그래서 가끔은 책에 대한 갈증이 못견디게 일어나는 때도 있긴 하지만
그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 버린다.
집사람이 빌려오는 책 중에서 그런 갈증을 풀어주는 책이 있으면 고맙게 읽고.
박범신의 '촐라체'란 책도 그런 책 중에 하나였다.
작가 박범신에 대해 가진 인상이란 가벼운 연애소설 정도나 쓰는 대중작가 정도의 인상을 갖고 있었는데
이 책은 그런 나의 무지를 한 번에 뒤집어 주었다.
히말라야봉의 하나인 촐라체를
아무도 올라간 적이 없는 루트를 개척하며 겨울등정하는 두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인데
(두 한인 등반가의 실화에 바탕을 둔 소설이라고 한다)
그들의 등반과정과 조난, 그리고 귀환과정을 그린 책이었다.
소설 자체도 전율스러웠고 감동스러웠지만,
책속에 등장하는 한명의 화자인 '나'는
두 등반가를 산으로 올려보내고 홀로 베이스캠프를 지키면서 그 전과정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 '나'는 베이스캠프를 지키기 전에 2주간의 히말라야 트래킹을 한다.
그리고는 "겨울잠을 자는 늙은 곰처럼 깊은 잠에 빠졌다"라고 말한다.
젊어 한때 허리를 다친 것 같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 겨울이 되면 몇년에 한번씩 허리가 아파 온전히 일주일 가량을 드러눕곤 하는데
한 번씩 아프면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게 된다.
그러던 것이 나이가 들어갈 수록 그 주기가 짧아진다.
근래에는 매년 그러더니,
올해는 정도는 약해졌지만 벌써 두번째 허리가 아파 쩔쩔맨다.
그럴 때면 마치 겨울잠을 자는 늙은 곰처럼 누워 잠에 빠진다.
이번에는 '촐라체'와 함께 했다.
나는 겨울잠을 자는 늙은 곰이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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