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인터넷에서 스승의 부음을 전해들었습니다.그 분과의 인연은 그리 긴 것은
아니었습니다.
내가 대학에 입학한 것이 1979년이었고,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전두환에 의해 그 분이 학교에서 쫒겨난 것이 1980년이었으니
그저 한 해 반 정도였나 봅니다.
하지만 쟁쟁한 목소리로 강의를 하시던 모습은
내 귓가에 여전히 생생히 남아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그 분은 성적을 그 자리에서 바로 매기기도 하셨습니다.
시험답안지를 제출하면 그 자리에서 성적이 매겨졌습니다.
다음 학생이 답안지를 제출하기 전에 이미 제출한 글을 다 읽으시고
바로 성적을 주셨습니다.
잘했다고 그 분께 자주 칭찬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기뻐했습니다.
그 분이 다시 학교로 돌아오셨을 때는
저는 학교에 있지 않았습니다.
저도 1982년에 학교를 쫒겨나 있었기 때문입니다.
1987년 저의 결혼식 주례를 서주시면서도
제자가 무엇하고 있는지 아무 것도 묻지 않으셨고
그저 제자의 결혼을 축하해주셨습니다.
그 분이 1990년대 초 다시 학교의 총장으로 돌아오셨을 때
저희를 불러 마치지 못한 공부를 마치게 해주셨습니다.
그 비싼 등록금을 한푼도 내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고생한 놈들'이라 하셨습니다.
그 후로는 다시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정치를 하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정치란 늘 최선이 아니라 차선의 선택이라고 하셨던 말씀을 기억했기에
잘 하실 거라고 믿었지만
저 정치판에서 몸을 더립히지는 않을까 그저 작은 염려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국땅에서
스승의 부음을 듣고 슬픔을 감추지 못합니다.
제자의 도리란게 뭐 별게 있겠습니까만은
한번도 찾아뵙지 못한 것은 인간의 도리를 못한 것만 같아
더욱 슬픔을 참기 어렵습니다.
늦게나마 스승의 영전에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2009년 7월 5일
미국땅에서 스승의 부음을 접한 제자 유병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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