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는 이야기 [List] 
May 6,  2013 | 선인장 꽃
   
 
   선인장 꽃이 피었다.
지난 해 12월 중순 이곳으로 이사를 온 이후 지난 달까지, 이삿짐을 제대로 정리할 틈이 없어 박스에 담긴 채 그대로 쌓여 있는 것도 많았지만, 화분들의 꽃과 나무들을 돌보지 못했다.

   지난 번 살던 집의 뒷마당에 있던 것들인데, 좁은 아파트로 이사를 오는 바람에 사실은 모두 남겨두고 와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들이다. 그런데 이사할 집을 보니 다행히도 그 많은 화분들을 놓아둘 자리가 있었다. 오경석은 이삿짐 차를 한 대 더 부르는 한이 있더라도 화분에 담긴 꽃과 나무들을 모두 갖고 가고 싶어했고, 지난 10여년 우리와 함께 했던 그들도 모두 옮겨 오게 되었다. 그렇게 옮겨 온 것들인데 바쁜 와중에 오랫동안 돌보지 못하여 물도 제대로 주지 못하자 모두가 시들었다.
     큰 화분에 담긴 벤자민 나무 네 개는 잎이 말라 떨어지고, 봄이면 씩씩하게 꽃대를 올려 화려한 붉은 꽃을 피우던 아마릴리스는 꽃대도 올리지 못하고 그렁그렁 간신히 숨을 이어갔다.  

   작은 화분에 담긴 것들을 큰 화분으로 옮겨주고, 흙을 사다가 더 넣어주고, 시들어 죽은 가지와 잎들을 손봐주고....이런 정도의 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허리가 좋아지길 오래 기다리다가 드디어 지난 달 말부터 조금씩 이 일을 시작했다. 정리도 못한 채 쌓아둔 이삿짐들을 정리하고 화분들을 손봐주는데, 햇빝을 너무 많이 받게 하지 않기 위해 벤자민 큰 화분 사이사이에 놓아둔 난은 그 작고 여린 몸체에도 어느 틈엔가 꽃대를 올려 꽃을 피웠고, 선인장도 저리 활짝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화분에 담겨 있어 사람이 돌봐주지 않으면 금방 시들어 버리는 꽃들도 있지만, 몇 달을 물을 주지 않아도 난과 선인장은 예나 다름없이 아름다운 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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