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ar of 2009
                                                                                                          이럴 때 나는 헛 산 것같다 (May 1, 2001)

  Photo
   
  Special Edition
  '94 & before
  1995  
  1996  
  1997  
  1998  
  1999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 after
 
  Story
   
  사는 이야기
  Contact_us
   
   
 
 
 
 

 

 

 

 

 

 

 

 

 

 

 

 

 

 

 

 

 

 

 

 

 

 

 

 

 

 

 

 

 

 

 

 

 

 

 

 

 

 

 

 

 

 

 

 

 

 

 

 

지난 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심통이 났다.

지난 몇 달 힘든 겨울을  버텨내느라 진이 다 빠진 건지 뒷마당엘 나갔더니 아주 심정이 상했다.

 

사오월이면 온 뒷 마당에 향기를 뿌려대던 쟈스민은 다 말라 죽었고

난꽃은 그저 몇 대 간신히 펴서 힘들어 한다.

큰 화분도 다 말라 잎파리가 누렇다.

야채를 심던 텃밭은 지나가기가 어려우리만치 잡초가 무성하다.

오렌지는 땅에 떨어져서 상하고

앞 마당의 잔디밭도 클로바가 온통 휘젓고 잡초 또한 무성하다.

 

허겁지겁 물주고

잡초뽑고

한 두시간을 그랬나 보다.

 

부엌에 쌓인 설겆이까지 해치웠다.

 

10시 쯤 되니 배가 고프다.

아직도 자고있는 아들을 깨우고

안 일어나고 버티고 있는 마누라에게도 일어나라 한다.

나가서 아침먹자고.

 

이 때쯤에 이미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나 보다.

도데체 집에서 뭘하는 거야?

마누라가 꼴뵈기 싫어지고

마당이 저 지경이 되도록 손가락하나 까딱안한 아들녀석도 괘씸, 괘씸했다.

 

나갈려고 신발을 신던 아들녀석이

갑자기 오만상을 찌푸리며 심정상하는 소리를 해대기 시작한다.

아빠가 자기 가죽샌달을 신고 일을 해가지고

신발이 온통 물에 젖어 엉망이 됬단다.

이렇게 되면 신발이 못쓰게 된다, 가죽을 버린다, 왜 다른 신발이 있는데 자기 신발을 신고 일을 했느냐,

이게 오십불짜린데 왜 그랬느냐......

온갖 소리를 해댄다.

 

아, 미치겠네...

이걸 줘 패버려?

일요일 아침에조차 나와서 물주고 잡초뽑고 설겆이하고 들어와서

안 그래도 열받아 있는데

집안이 이 지경이 되도록 손가락하나 까닥안하는 놈이

지 신발이 젖었다고, 그래서 지 신발이 상하는 것은 저리도 걱정되는가?

이놈의 시키가....

.......

열받아 확 쥐어박아 버리고 싶은 심정을 간신히 참고 넘어갔다.

 

밥먹고 돌아오는 길,

집에 거의 다왔을 때

아들녀석이 나의 불편한 심사를 한번 더 긁어버렸다.

아빠, 앞으로는 제 신발 신지 마세요, 다른 신발 있잖아요, 제 신발 신고 나가지 마세요!

 

인자는 더 못참는다.

퍼부어 버렸다.

집안이 저 꼴이 되도록 신경도 안쓰는 놈이

뭐? 지 신발하나 망가지는 것은 그리도 걱정이 되서 아빠한테 그따위 소리를 해?

입 밖에 뱉어버렸다.

"나쁜 놈의 새키....

따따따다......"

내 얼굴도 완전히 굳어있었나 봐....

 

그날 일요일 하루를 완전히 망쳤다.

아이한테 저리 심한 욕설을 퍼부어버렸으니 내 마음은 하루종일 안절부절이고

아들녀석이 상처를 받을까봐 또 안절부절이고

마지막 한 번 더 참지 못한 것이 그리 맘에 걸리고

저런 소리를 이미 뱉어버렸으니 다시 주워담을 수도 업고

 

그 짧은 한 마디를 뱉어버리는 바람에

하루를 망치고

온 가족이 불편해 하고 맘의 상처를 받고

후회하고

 

그 한 마디가

온 가족을 잡아먹고

우리를 지 맘대로 휘둘러버렸다.

 

이럴 때는 난 헛 산 것 같다.

나이를 헛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