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는 이야기 [List]
May 10,  2014 | 4월중순에서 5월초에 걸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 오경석의 입원과 이사.
   


   4월중순에서 5월초에 걸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지난 1년 반 정도 살던 LA의 코리아타운 생활을 정리하고 교외지역으로의 이사가 결정되었던 시점에 집사람 오경석이 병원 응급실로 실려가는 일이 있었습니다. Downtown LA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로 들어갔는데, 좌측안구의 심각한 박테리아 감염으로 안구 수술이 긴급히 요청되어 수술에 필요한 정밀장비와 해당 전문의가 있는UCLA 병원으로 이송되었습니다.

   의사생활 45년에 이렇게 심각한 감염은 처음이라는 의사의 놀람과 시급히 수술하지 않으면 '뇌'로의 감염과 실명이 우려된다는 상황이었습니다.
UCLA 병원에서는 다음날 오전에 바로 좌측안구를 적출하고 인공눈으로 대체하는 수술을 요청했고 우리는 거절했습니다.
여러 분야의 전문의들이 들러붙었고 이송 일주일만에 외과수술없이 무사히 퇴원했습니다. 많은 의사들의 축하를 받았습니다. 병원에 있었던 근 열흘 동안은 하루 두 세차례 모르핀을 투여해야 할 정도로 통증도 심했습니다.
혼이 나갔다 온 열흘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매각한 가게에 대한 세무감사도 겹쳤습니다. 2주연기를 요청한 다음이라 2차 연기는 안되었고, 제출을 요청받은 자료중에 CPA가 준비할 것도 있었지만 나와 당시 사업파트너가 함께 준비해야만 하는 자료도 있었던 터라 결국 밤시간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병원과 집, 자료를 옮겨놓은 곳, 그리고 CPA 사무실이 모두 다른 지역이라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며칠 전, 요청받은 2차 자료를 모두 제출하고 감사가 종료되었습니다. '구멍가게'에 무슨 세무감사를 하느냐고 속으로 외쳤습니다.

   집사람은 퇴원후 약 두 달간은 상당량의 약을 복용하면서 정상적인 상태로의 복귀를 준비해야 합니다. 그래서 겸사겸사 일단 일을 그만두고 새로이 이사온 집을 꾸미고 삶의 동반자를 돌보는 등 백수의 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이삿짐을 꾸리는 일은 엄두도 못내 이사짐센타에 알아서 이사를 해달라고 맡겨버렸던 터라 숫가락도 못찾고 치솔도 못찾고, 이사온지 열흘 쯤 지난 오늘에사 장보고 먹을 거리를 준비했습니다. 인터넷도 들어왔습니다.

   저는 이렇게 몇 주 혼이 나갔지만 이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백 수십명의 어린 자식들이 저리 참혹하게 죽음을 맞이한 세월호의 부모들은 어찌합니까. 저 몰염치하고 치가 떨리게 파렴치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한국, 아니 남한의 현 정부와 그 추종자들에게 너무 분해서 눈물이 납니다. 국민의 저항권은 기본권인데 혹여나 국민들이 저항할까봐 전전긍긍해하는 저들을 어찌해야 합니까. 속으로만 분을 삭이고 청와대 앞에서 몇겹씩의 경찰에 둘러싸여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사진이 참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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