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는 이야기 [List]
Aug 02,  2014 | 내게 주는 휴식
   

이곳을 찾는 것은
일요일 이른 아침 7시이거나 아주 늦은 저녁 9시다.
이 시간에는수영장을 찾는 사람이 있을 리 없으니
사위가 어두운 가운데 조용하다.
심지어 아무런 작은 움직임조차 느끼지 못한다.
그저 고요하고
잠시 모든 것이 멈추어 있으니 
나도 그저 가만히 멈추고 앉아 있는다.

이 시간에 여기 오면
이렇게 고요한 일상을 가지고
나도 침잠해 들어가는 시간이 된다.

그래서 나를 편안히 쉬게 하는 시간이 된다.
이 때 소리는 하나 허용되는데
대부분은
Beethoven Piano Concerto #5
이상하게 요즘은
Fischer와 Furtwängler의 1951년 연주에서 헤아나오질 못한다.

물빛이 반짝인다.
무언가 하고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려니
부슬비가 내리고 있다.
빗방울이 물 위로 떨어지는데
아주 아주 작고 여린 생명체가 물표면에서 반짝이다 스러진다.
저건 움직임인데
그 움직임을 보고자 하지만
내 인지 속에서는 그렇게 움직음으로 포착되지 않았다.
빗방울이 떨어지니 움직이는 것이 있었고
물표면에 떨어졌으니 소리도 있으련만,
소리도 못듣고 움직임도 못느낀다.
그저 순간의 작은 반짝임만 있다.
있는데 내가 못느끼고 못듣는 것인가
그럼 반짝임은 뭔가
소리인가, 움직임인가
  

하지만 나의 침잠함을 깨지 않는 움직임이니 
고요함과 고요하지 않음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소리도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으니
무언가 있음과 없음의 경계도 넘나든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애매하다.
이것은 정지한 일상속에 있는 나의 흥취를 북돋우는 것인가
아니면 깨는 것인가 

의식을 현실로 갖다 놓으면
이곳의 비야 조금 오다가 마는 것.
더우기 이 계절에 오는 비야 오는 듯 마는 듯
저리 부슬거리다 마는 것이니,
내 침잠한 시간을 흔들 정도의 것은 애초 아니다.
있음과 없음을 따져 무엇하리.
있어도 이 홀로 있는 장소가 좋고
없어도 이 침잠한 시간이 좋다.
그냥 가만히 보고 있으면 될 일이다.

비가 오기 시작하자 걱정이 된 듯 전화가 왔다.
오늘의 오롯함은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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