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멘트가 깔린 뒷마당에 잠자리가
날아들었다.
더운 날씨가 계속되는데 화분들에 물을 며칠간 못주어 오후에 나가 물을 주었고,
오후 늦게 다시 뒷마당에 나왔더니 잠자리 한 마리가 몸을 뒤집은 채 물에 젖은
시멘트 바닥에 있다.
죽은 듯 하여 집으려 하니 온 힘을 다해 퍼덕이며 날개짓을 한다.
화분에 물을 줄 때 바닥에 흐른 물에 어쩌다 날개가 잠겨들었나 보다.
잡으려 하니
어찌나 세게 퍼덕이며 몸부림을 치는지 날개가 저러다
상하지나 않을까 싶어 마음을 졸였다. 그 세차고 거센 날개짓은 무력화된 상태로
노출된 자신을 다가오는 존재로부터 지키기 위한 절박한 몸부림인 듯만 싶다.
꼬리를 둥글게 감아 올리고 수도 없이
퍼덕이는 것이 온 힘을 다하는 듯 하지만 몸을 바로 뒤집지도 못한다. 시멘트
바닥에 저리 날개를 쉼없이 치면 날개를 다칠 텐데, 게다가 물까지 젖어있는
곳이라 날개가 찢어지기라도 하면 어쩔까 싶어 마음 졸이지만, 접근을
허락하지 않으려는 저 안간힘을 보면서도 다가가 잡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손가락을 다리사이에 넣어
집어올려 마른 곳으로 옮겨 주었다. 잠자리는 힘겨운 몸부림을 계속하더니
날아간다기 보다는 어찌어찌 날개를 퍼덕여 위로 올라 벽 높은 곳에 붙었지만 그저
그것도 잠시, 다시
비틀비틀 밑으로 떨어지듯 내려온다. 제대로 날아서 오르지 못하더니 제대로 날아서
내리지도
못한다. 날개 퍼덕이지만 밑으로 떨어지듯 내려오더니 바로 서있지도 못하고
날개를 바닥에 붙이고 다시 뒤집어진 채 누워 가만히 있다.
기진한 모양이다.
잠시 그냥 두었다 가만히 손가락을 대니
다리로 잡는다. 날개를 마저 말리려무나. 날개를 상하지는 않았니? 잠시 더
쉬고 날아올라 가렴.
잠시의 휴식이 잠자리에 자신이
갈 곳을 찾아 날아 올라갈 힘을 주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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