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는 이야기 [List] 
May 12,  2013 | Neah Bay를 하루 다녀오다 2
   
오전 11시 40분, 차를 세우고 다시 휴식을 취하러 내려간 바닷가.
 
Strait of Juan de Fuca. 이곳은 미국땅이고 해협 건너편에 보이는 곳은 캐나다이다.
 

Agnes
 

한국에 있는 석재가 보고싶은 Agnes가 쓸쓸해 보였는지
집사람이 길가의 꽃을 꺽어 꽃반지를 만들어 Agnes의 새끼 손가락에 끼워주고 위로했다.
 

The port of Neah Bay
 
오후 1시,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에 들렀다. 식당은 여기 한곳,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바닷가에 왔으니 해산물을 먹고싶었는데, 메뉴를 가져온 아가씨는 주문을 받기 전부터 Seafood는 없다고 말한다. 스프 종류도 없다고 여전히 담담히 말한다. 매니저가 항구에 나가 생선을 사와야 하는데 가게에 돈이 없어 생선을 사올 수 없었다고 더 담담히 말한다.  햄버거 종류나 샌드위치, 그리고 오징어튀김 정도가 있다고 한다. 메뉴에 세 가지의 스프가 있길래 아무 것도 안되냐고 다시 물으니 그렇단다! 하지만 clam chowder만큼은 지금 만들고 있는데 언제 준비가 될지는 모른단다. 우리가 조금 더 기다리면 그걸 먹을 수 있는지 주방에 한번 확인해 줄 수 있냐고 부탁하니 기꺼이 그러겠노라고 답한다.

우린 Clam chowder를 먹었다. 참으로 운좋게도 주방에서 준비가 막 끝나 바로 줄 수 있다는 대답을 들었고 아무 망설임없이 주문을 했는데, 샌드위치와 오징어튀김으로 점심을 해결해야 했던 것을 잊어버릴 만큼 그 맛이 훌륭했다. 짜지 않고 맛이 깊어 먹어본 것 중에 최고로 친 Clam Chowder였다.
             

바닷가 식당에 해산물도 없다 하고, 한국사람이 국처럼 먹는 스프도 없다 하고, 돈이 없어 재료를 못사온다는 식당에 앉아 점심을 먹어야 하는 기막힘에 한숨을 쉬면서 먹은 Clam Chowder였다. '안먹어 봐도 뻔하지 않겠는가', '주는 것만이라도 고맙다'는 심정으로 먹은 것인데 그 맛을 전혀 기대하지 않다가 그것이 정말 맛난 것임을 알게 되었을 때의 '먹는 기쁨'은 살짝 감동을 주었다.  그때서야 나는 이곳 Neah bay를 방문한 선객이 썼던 글을 떠올리며 나의 아둔함을 탓했다. 오랜 일도 아니고 지난 해의 일이고, 그 문장을 사진과 함께 올려놓고도 기억을 못하다니! "This little food spot was on the left as you hit town... BEST DAMN chowder I have ever eaten!" 

여행의 즐거움에 대해 "답사에는 세 가지 큰 즐거움이 있으니 하나는 일상에서 벗어나는 기쁨이요, 하나는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유산을 보는 기쁨이요, 하나는 맛있는 향토 음식을 먹는 기쁨이다."라고 한 이가 있었는데, 이 말에 따르면 아름다운 자연을 보는 기쁨에 그치지 말고 이를 예술로 노래한 선조들의 높은 인간정신인 문화유산을 함께 찾아 누려야 제 맛이라는 것일진대, 이 땅에 어디 그런 문화유산이 있기나 하며 더우기 향토음식이라는 개념조차 별로 들어본 일이 없는 이곳에서의 여행이란 그 태생 자체가 반토막 여행이라는 아쉬움을 준다. 그러기에 그 이의 표현대로 '답사'까지는 아니래도 명승지나 빼어난 자연경관을 찾아 '유(遊)'를 하든 그저 '관(觀)'을 하든 여행을 갈 때면 그곳 사람들의 꾸밈없는 삶의 현장인 부근의 시장같은 곳을 찾길 즐기고 허름한 곳일지라도 그 지방의 특색있는 맛이 담긴 음식을 찾아 먹는 즐거움을 뺏기지 않으려는 우리에게 오늘 먹은 'Best DAMM chowder!' 는 예상치 못한 여행의 즐거움이었다.

하지만 여행의 즐거움을 크게 하는 것은 좋은 사람과의 동행이리라. 자연도 예술도 음식도 사람이 빠져서는 무엇을 할 것인가.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기쁨을 주는 것은 좋은 사람이 가장 크다.
 

동물을 좋아한다는 Agnes, 식당 앞에서 만난 개와 금방 친해졌다. 우리의 이번 짧은 여행은 좋은 아이와의 동행이어서 더욱 즐거웠고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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