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usic : 산장의 여인 - 권혜경 (1957년) [List]

 

 

일제시대부터 한국전쟁을 거쳐 근대화 이전의 한국은 결핵왕국이라 불릴 정도였고, 특히 한국전쟁시기에는 그 절정을 이루었다. 이 시기 예술인들도 예외가 아니었기에, 경상남도 마산결핵병원에는 수많은 문인들이 거쳤고 글자취를 남겼다.

  나도향은 가난과 방랑으로 떠돌다 1925년 요양 차 마산에 와서 3개월 동안 노산 이은상의 집에서 식객노릇을 하며 염상섭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의 단편 소설 「피 묻은 편지 몇 쪽」을 남겼다. 그 해는 그의 대표작「물레방아」「뽕」「벙어리 삼룡이」를 발표한 나도향 소설의 절정기였다. 다음 해 그는 스무 넷의 젊은 나이에 폐결핵으로 요절했다.

  70년대 김지하는 폐결핵으로 서울시립 서대문요양원과 인천 적십자병원을 거친후 장편 시 비어(蜚語)을 발표, 체포되었는데 폐결핵 때문에 기소되지 않고 마산결핵병원에 강제 연금 당했다.

그 시절 발표한 글이다.

벗들
병든 나를 찾지 마라
나를 찾지 마라
펄펄 내리는 눈 속에 갇힌

머물려거든
매화 봉우리
아조아조 향그럽게 머물고
피우려거든
더욱더 새빨갛게 꽃피워라
동백이여
펄펄 내리는 눈 속에 갇힌

따뜻한 춘삼월에 만나자 벗들
눈겨울 외로움 속에
맑은 향기로 머물었다
매운 꽃으로 들에 홀로 피어났다
춘삼월 그 흔한 바람 속에 흐드러져
수월히 만나자 벗들
어렵게 수소문하여
나를 찾지 마라
병든 나를 찾지 마라
펄펄 내리는 눈 속에 갇힌          -김지하, 「편지」 전문-

  사랑도 친구도 가족도 결핵 때문에 잃어야 했던 그 시절, 마산사람 반야월이 마산 결핵병원 위문공연후 가사를 썼고, 뒷날 마산결핵병원에서 요양하기도 했고 결국 한쪽 폐를 잘라내기까지 했던 「나그네 설움」「번지 없는 주막」의 작곡가 이재호가 곡을 만들었다. 이렇게 나온 권혜경의 ‘산장의 여인’은 전 국민의 심경을 녹아내리게 했다.

  2층짜리 산골산장에서 노년을 보내던 권혜경이 사경을 헤매던 2008년 5월 24일 밤, 한국의 국민가수 조용필이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데뷔 40주년 기념 공연을 하면서 자신의 애창곡이라면서 이 곡을 불렀다. 조용필은 공연에서 다른 가수의 노래를 하는 겅우가 거의 없다. 조용필의 노래가 진혼곡이라도 되듯이 다음날 권혜경은 숨을 거뒀다.

권혜경은 서울대 성악과를 나왔다.

(글 인용 : 허정도와 함께 하는 도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