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2022] [List] 
May 06, 2022 |傷春(상춘, 봄날의 상심)'
          

(원글주소 : https://cafe.daum.net/back2korea/h29s/3657)

자카란다 나무의 보랏빛 꽃이 절정입니다.

집앞 골목길의 자카란다는 이번에 4월 하순부터 활짝 피기 시작했으니 예년에 비해 조금 일찍 핀 듯한데,
이곳 LA 지역은 원체 많은 자카란다 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어서 어딜 가나 거리가 온통 보랏빛 꽃입니다. 

옆집 할배 리처드는 보랏빛 꽃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잔디밭이 온통 보라색으로 물들고 청소하기 힘들다고
이 나무를 조금은 싫어하기도 합니다

 


Angel Trumpet은 노란 꽃을 아주 잎보다 더많이 달았습니다. 
어휴, 어찌 저리 주렁주렁 달았을까 싶은데
이쁘기만 합니다. 

 


오래 전에, 이 놈의 꽃은 지저분하고 뵈기 싫다고 구박했더니 오경석이 나몰래 여기 심었답니다. 
그 향기가 아주 취할 정도로 퍼져나갑니다. 

봄은 이렇게 터질 듯이 무르익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가득한 봄날이 마냥 좋지만은 않기도 한가 봅니다.

 

"꽃필 땐 언제나 광풍이 불어오니

활짝 핀 꽃 보자마자 곧장 떨어지네

봄빛은 쉽게도 배반하고 가버리고

술 가져와 늙은이 위로하는 사람 없네"

花時無時不狂風 화시무시불광풍

纔見開紅又落紅 재견개홍우낙홍

容易春光今背去 용이춘광금배거

無人携酒慰衰翁 무인휴주위쇠옹

 

지금부터 5백년 쯤 전, 조선 초기에 살았던 '성현'이란 분의 '傷春(상춘, 봄날의 상심)'이란 시입니다.
벼슬이란 벼슬은 고위직까지 합쳐 참 많이 하신 분이고 65세까지 살다 간 분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벼슬이 높았어도 벼슬 그만둔 늙은이가 되면
(이땐 나이 60이 넘으면 이제 살 날이 얼마 안남은 늙은이였을 겁니다) 
가는 봄날에 배반감을 느끼고 
누구 술들고 찾아와 자기와 놀아주는 사람이 없나하고 그리워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