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는 이야기 [2020] [List] 
Dec 04, 2020 | 한국체류를 연장하고 싶은 마음
          

  
 

Gyeongseok Oh <gyeongseokoh@gmail.com>

Fri, Dec 4, 2020 at 6:12 AM

To: "AA@ Byeong Jin Yu" <kasmusa@gmail.com>

 

12/03 오후 1:30-3:40 정도 엄마를 만나고 길지않은 약 두 시간 정도 머무르면서 외면하는 나의 마음을 보게 되었습니다.

올 봄 넘어지셔서 다치신 부위는 다 아물었지만 기력이 쇠해 회복하지 못하고 계신 엄마...
몇 개월이라도 곁에서 함께 보내면서 조금이나마 기력을 회복시키고 싶은 마음과 연세가 많으신 엄마에게 나의 건강상태로 큰 도움은 커녕 부담을 드리고 있으니 욕심을 버리고 미국 가족들 곁으로 가고자 하는 어쩌면 회피하는 마음...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가 없는 연로하신 삶... 그것을 조금이라도 붙잡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해봐야 하는데...

어쩌면 나 자신이 뭐라도 했다는 자기위안일 뿐일 수 있지만 그래도 엄마의 기력 회복을 위해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한약으로 두 세달 치료해 봐야 한다는 마음이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더불어 나자신의 회복을 위한 노력 또한 엄마에게 보여드려서 조금이라도 안심시켜 드리고 싶어서 ...

덜컥 덜컥 한번씩 겁이나는 때가 있어서...
아버지 아프실 때 내가 아무 것도 못해드리고 허망하게 보내드릴 수 밖에 없었던 후회를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 좀더 엄마 곁에서 뭐라도 해보라고, 더 많은 후회를 하지 않도록 애써보라고 .. 끊임없이 속삭이고 있는데 겁이나서 외면하려는 나약한 마음을 오늘 확연히 돌아보게 됐어요.

아직도 갈팡질팡 흔들리고 숨어버리려고 하는 마음을 간신히 끌어내고 이렇게 적어보는 중입니다.
이틀정도 더 나의 마음을 돌아보려 합니다. - 12/03  밤 11:30 기록함

* 기다림의 미학이 절실한 시절 ...
거창하게 ‘미학’이라 표현한 것은 다양하게 함축된 적절한 말이 별달리 떠오르지 않아서 ... 코로나19 상황도, 나의 병증도 끈질기게 기다리고 매달려 견딜 수 밖에 없는데 ... 엄마의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으니까 자꾸만 조급해지는 나의 마음을 다독거려 볼 요량으로 ‘기다림의 미학이 절실한 시절’ 이라고 되뇌이고 있지요.

조금 더 엄마 가까이 있고 싶은 마음을 어찌 달래야 할지 ...
기웃거리며 고개를 내미는 욕심들을 어떻게 해야만 하는데...
당신과 석재, 그리고 시리오 넘 보고픈데 ...
갈팡질팡 아직도 길을 못찾고 .... 안타까운 시간은 흘러만 가고 ...

오늘 낮에 언니와 와룡공원부터 말바위 지나서 삼청각 근방까지 한양도성 성곽길이 아닌 숲속 산책로를 한시간반 정도 걸었는데 나에겐 난이도 +5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해냈답니다.
물론 언니가 나의 보조를 맞추느라 답답했겠만 ... ㅎ
이제는 산책 아닌 등산 수준(언니가 코웃음 치는 표현 ㅋ)의 활동을 한시간반 하고도 앓아눕지 않을 정도로 제법 체력이 성장해서 뿌듯합니다. 그래서 자꾸 더 욕심이 생기는가 봅니다.
더 머물고 싶다고....

-12/04 밤 11:12 기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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