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2020] [List] 
Sep 19, 2020 | 서울에서 2주간 자가격리중인 오경석
          

   <전투적으로 청소하다!!!    -   냄새와의 전쟁>
 

09/12/2020 새벽 6:50 드디어 에어비앤비 도착

숙소 문을 열자마자 추적추적 비오는 날씨에 장시간 비행, 시차 등으로 비몽사몽 혼몽한 나의 정신을 흔드는 순간이었다

토 나올 것 같다. 썩은 하수구 냄새 더하기 온갖 차들이 쏟아내는 기름비린내.. 기타 등등의 잡내들이 나를 감싸안고 춤춘다. 너울~ 너울~~~

짐가방은 현관에 잠시 대기시키고 작은 캐리어에서 전투장비를 꺼내 무장완료!


*
전투장비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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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비닐장갑 : 400매 한박스 ( 이 아이 때문에 엘에이공항출국수속대에서 추가검문받음;공항검색대 직원 왈 ‘기내반입금지인 아이스팩이 있는 것 같다’ 며 ... 열어보고 하는 말 훌륭한 준비물이라며 소독티슈로 잘 닦아준다..

오! 댕큐베리~망~할~...)

- KF80
마스크(엘에이공항에서부터 이곳 도착때까지 끼고온 N95 마스크는 숨쉬기 편하지만 코주변과 귀 뒤 등 맞닿은 부위가 아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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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독용 티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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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레이형 소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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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전투장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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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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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세척제 타블렛형
 

; 이 아이들은 에어비앤비 사용자 후기를 다 읽고 준비한 것들이다. 대부분 후기들이 좋은 평이었지만 하수구냄새와 청소불량, 모기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많아서...

일단
여기까지.... 저질체력과 전신통증 특히 팔, 손가락들의 반항이 시작됐다.... ε-(≖д≖﹆)

 

<전투적 청소 2탄>

전투장비
장착하고

•
변기세척용 타블렛 한 개를 물받이 통에 넣고 (설명서 시키는대로 20분 기다려 물 내려야 함)

•
한 개는 플라스틱 볼(열심히 부엌을 뒤져 찾았다-유레카!) 에 담고 물을 부어 욕실 곳곳에 뿌림 : 욕실청소용 세제가 안보이니 자급자족!

•
소독용 티슈를 들고 부엌 싱크대부터 문 손잡이, 의자 등등 내가 손 닿는 곳은 열심히 닦기

•
배개에는 수건(에어비앤비 제공) 깔고 소독제를 뿌려둔다 - 비가 와서 그런지 수건들이 눅눅하다. 세탁하고 싶은데 세제를 못 찾아 임시방편(잔머리? ㅎ) 동원하고 마음 속으로 이것도 충분하다를 수없이 읊으며 자기최면을 건다.

•
바닥을 소독티슈로 닦고 나니 일차 마무리 1시간 경과

......
기진맥진! 에라 모르겠다. 침대와 혼연일체 실시 ....

.....
잠시 휴식 후에 욕실과 대면을 시도하다 .... 욕실 창문을 열어 환기시켰는데... 욕실문을 열자마자 하수구냄새들이 격하게 나를 반긴다 !!!!

KF80
마스크는 미세먼지와 세균 차단 효과만 있음을 깜빡 잊었다 ! 숨을 참고 욕실 문을 열었어야 하는데.... 어질어질 어~질색하며 뒤로 물러서다 벽장에 뒤통수로 너무 지나치게 반갑게 인사하고 잠시 휴전 선언 !!!

v(
ಥ ̯ ಥ)v  

(
╯︵╰,)    

(
๑-﹏-๑)

 

<전투적 청소 3탄>

작전상 후퇴한 후 심기일전과 ‘아자 아자’ 주문을 외치며 (어느정도 환기됐음) 재진입 시도 !!!

ᕙ(⇀‸↼‶)ᕗ

욕실바닥과 벽 등에 뿌려놓았던 세제를 닦기 실시 ! ~ ~ ... ..... 못했다 .. 


(((
ꎤ๑‾᷅༬‾᷄๑)̂—̳͟͞͞o

ㅎ-ㄱ ! ! !  청소용 도구가 ~ 빡세게 문질러 줄 솔이 없다 ... 

┐(‘
~`;)┌

이런 ㅉㅉㅉ 제~엔~ㅈ~ㅏ~~ㅇ

전투장비 빵빵하게 준비하면 뭐하냐

ㅎㅎㅎ 총알이 없는데 ㅋㅡㅋ

 

( ˃̣̣̣̣o˂̣̣̣̣ )

 

(˃̣̣̣̣︿˂̣̣̣̣ )

 

(*´д`*)

 

그냥 참고 샤워한다. 참아야 하느니라.. 자업자득 이니라 ... 되뇌이면서 엘에이에서 싸온 비상식량으로 점심 해결.

‘
식충이, 바보 말미잘 멍게 ... 총알없이 맨땅에 헤딩하는 ㅉ ㅉ ..’ 자학의 땅굴을 팠다. 끝없이. 

라운드트립 5만원짜리 방역택시 타고 보건소 다녀오니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 가장 중요한 숙제 중 한가지 해결했다는 안도감을 느낀다. 

애썼다고 수고했다고 나 자신을 토닥이며 자가격리 장소로 들어서니 그동안의 전투로 미운정 들었나보다.

나를 다시 격하게 반기는 냄새들이 왠지 불편하지 않게 느껴진다. 이것도 익숙해지니 어느정도 구수하달까? 정겹달까? 어릴적 푸세식 추억을 아련히 소환해준다. ㅋㅋㅋ

 

<산발적 각개전투, 그리고 절반의 승리 ... 끝이 보이는 동거 - 완결>

정겹고 아련한 푸세식 추억에 잠겨 여전히 신체적 시간은 엘에이에서 노닐고 있는 나의 정신을 에어비엔비 운영자가 현실로 불러들인다.

서로 마스크를 장착한 채 마주한 첫 대면인사... 뭔가 어색하고 익숙치 않은 모습 !

아... 코로나19의 위력!

운영자는 아주 씩씩한 전사처럼 나의 공간을 거침없이 넘어와 욕실 창문을 닫고 변기 뚜껑을 닫고 욕실문을 닫으며 ‘이곳이 오래된 건물이라 냄새가 ... 특히 비오면 심해지니 닫아놓으세요’  

부엌 싱크대 덮개도 닫고 부엌창문과 현관문 열고 현관모기방지슬라이드문 열고 닫는 법 시연을 하고 

‘
필요한 것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하면서 홀연히 사라지셨다.... 

 

(,,꒪꒫꒪,,)

 

‘현관앞까지 사람없을 때 나와서 바람도 쐬면 덜 갑갑하실 거예요~’ 라는 말씀을 솜사탕처럼 둥둥 띄워놓고 ****

 

(◞ꈍ∇ꈍ)◞⋆**✚⃞

하느님보다 높으신 건물 …아니 ~ 운영자님

 

。゚✶ฺ.ヽ(*´∀`*)ノ.✶゚ฺ。 

 

숭배하고 감사하오 !!!

확실히 구수한 푸세식 추억의 결들이 옅어진다.

비로소 똥인지 된장인지 구별 못한 정신없는 입국 첫날을 흘려보낸다.

그 후 날씨의 주도로 냄새와는 산발적이면서도 각개전투 형태를 때로는 극렬하게 때로는 은밀하게 진행해왔다... 나의 전투일지를 처음 공개한 17일까지.

드디어 살림9단 선배 언니들이 지혜를 빌려줬다 - 비닐봉투에 물을 담아 하수구를 막아라! 빵빵하게 담지말고 몰랑몰랑하게 담아야 하수구 구멍을 잘 막을 수 있다!

유레카!!!  

 

(ノ^ヮ^)ノ*:・゚✧

역-쉬 ! 드디어 빛을 보았...는...데... 절반의 승리다. 환기를 위해 화장실 창문과 출입문을 열어 놓으니 바로 냄새들이 기습을 한다. 출입문에서 두걸음 떨어진 곳... 분리수거 쓰레기들이 놓여 있다..음식물쓰레기통은 덮개도 없이 맨살을 내놓고 ... 거기다 바로 보이는 남산3호 터널을 종횡무진하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자동차 기름 비린내, 찻길건너편 공사기계 쇠비린내까지. 참 여러가지 가지가지 한다. 비오는 날은 어쩔 수 없이 작전상 후퇴다! 그나마 맑은 날씨가 나를 지원한다.

이젠 끝이 보이는 냄새와의 동거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26
일 12시 !!! 

(︶︹︺) ┌( ಠ_ಠ)┘

 

서울중구 보건소에서 보내온 자가격리 통지서와 방역용품

 


서울 도착후 생협에서 구입한 풀품                                 친구 금선이 급히 전달한 식료품들 
 

 


드디어 음식을 주문하는데 성공하다. 치킨과 피자는 미국 것보다 더 맛있다.

 


대전 사는 후배가 보내온 사과. 내 주먹 두 배 만한데 참으로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