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는 이야기 [2019] [List] 
Oct 17 2019 | '식탁의 목적'에서 가진 저녁식사 자리
          


2019년 10월 17일, 성대앞 대학로 식당 식탁의 목적

이 모임은 봄부터 약속을 잡았다.
신농연회(신농촌문제연구회) 멤버들과의 공식상견례 자리이다.
1995년 초 학교를 떠나며
연구회는 이미 모든 것이 속속 드러나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사찰기관의 집중적인 감시까지 받고 있던 터라
더이상의 활동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연구회를 공식해체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그간 연구회와 전혀 연관이 없었던 이후 학번 후배들로 신농연회를 결성하기로 하고
그 후의 일을 80학번 조성혁에게 맡겼다.
이후 구속될 내가 아는 것은 거기까지였다.
그들이 누군지는 알 필요도 없고, 알아서도 안되었다.
조성혁 위로의 모든 선배들은 이 일에서 완전히 배제되었다.
이후 나는 학교쪽과 철저히 단절하고 노동운동으로 전진해 나갔다.

오랜 시간이 지났고,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오고
2010년대 중반에서야 
옛 선배, 동기, 후배들과 다시 연락이 되었을 때
깜짝 놀라게 되었다.
그 오랜 시간동안 기존의 연구회 멤버들과 새로운 연구회 멤버들은 서로를 모른채 아무런 교류도 없이 지내왔다는 것이다.
지난 해 들어서인가 처음으로 신연구회 멤버 몇이 기존 모임에 얼굴을 보인 적이 있어
기존 연구회 멤버들 몇이 어렴풋이 알게는 되었다 한다.

두 모임을 이리 따로 굴러가게 둘 수는 없었다.
윗 선배들에게 연락하여 수십년간의 자초지종을 알리고
신연구회멤버들과 서로 만나는 자리를 만들었다.
그것이 지난 봄부터 약속되어온 이 자리이다.

조성혁과 함께 신연구회를 꾸려왔던 홍갑표(80)가 참석하고,
신연구회의 모든 후배들,
그리고 성대민주동문회 이사장 이근덕(80)과
윗대 선배들을 대표하여 이현배(78), 임경석(78)이 참석하기로 하였다.

이젠 사회에서 자기 자리들을 잡고 있는 후배들이라 그랬는지
신연구회 멤버 전원이 모두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으로 당일 참석이 어렵다고 알려왔다고 한다.

누군지도 모르면서 오랜 세월 마음의 큰 빚으로 남아있던 후배들이었다.
모임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내가 할 일은 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