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2019] [List] 
Nov 30, 2019 | Desert Yucca, 용설란이 온 산에 핀 LA의 여름산 Mt. Baldy
          

LA의 봄산 사진을 올리지 않고 계절이 다 지나가도록 미적대다 

그만 LA의 여름산을 만납습니다. 


 

이곳 사람들이 사랑하는 볼디산(Mt.Baldy)에 Desert Yucca가 수도 없이 피어올랐습니다. 


 

마치 온 산에 누군가가 수많은 꽃들을 꽃아놓은 듯 

그렇게 피어올랐습니다.



 


참 곱고 아름답게도 피었습니다.
고아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꽃은 이렇게 피고나면 죽습니다. 

죽기 전에 꽃을 활짝 피운다고 말해야 하나요


 

 


얘네들입니다.
 

강철처럼 튼튼하고 삐쭉한 잎사귀를 가지고 있어 

혹 지나다 찔릴까 무서워 조심하며 피해가는 녀석들입니다. 

만사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이던 얘들이지요.


 

 

키큰 꽃대를 이렇게 올리고 있습니다. 

자기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꽃을 장엄하게 피워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꽃이 지면 자기도 죽습니다. 


 

 

이렇게 죽습니다.
 


 


 

푸르른 청춘은 뒤에서 힘찬 생명력으로 자라나고 있고,
 

그 아비는 아직은 꼿꼿이 서있지만 

화려한 꽃은 다 떨어져 말라 비틀어지고 있습니다.

할아비는 오래전 이미 자식과 손자의 밑거름이 되었군요. 


 


점점이 흰 것들이 모두 다 이들입니다. 

이들은 Century Plant 라고 불리기도 한답니다.

백년을 사는 꽃이라고 해야 하나요?

사막에 씨를 뿌려 두었다 백년만에 큰 비가 오면 자라나 꽃을 피운다지요?


 

백년만에 꽃을 피운다는 말에 놀라 찾아보았더니 

Chicago Botanic Garden 에서 올해 이 꽃이 27년만에 꽃을 피웠다고 합니다.  

LA에서 가져간 꽃이군요. 


 

100년이 아니라 27년만에 꽃을 피웠다고 해도 참으로 경이롭습니다.

저는 오늘 27년만에 꽃을 피워올린 이 Desert Yucca 가 

온 산을 덮은 풍경을 보고 온 것입니다.

 

Century Plant Blooming After a Quarter of a Century

A striking century plant is putting on a show in the final stages of its life—it’s blooming for the first 

and only time in 27 years. The succulent sends up a tall stalk of blossoms right before it dies.


In the Arid Greenhouse at the Chicago Botanic Garden, 

Agave ocahui is known as the century plant because people used to think 

it flowered only once every 100 years. 

A more accurate estimate is that it blooms once after 25 to 30 years of growth. 

The Garden’s century plant came from The Huntington Library, Art Collections, 

and Botanical Gardens in San Marino in 1993.

(https://www.chicagobotanic.org/blog/news/century_plant_blooming_after_quarter_century)

 

 

 

점심을 먹고 이 밑에서 한숨을 잤습니다.

 

 

 

콸콸 흐르는 계곡물에 30초는 발을 담글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치고는 

열도 못세고 발을 뺐습니다. 

 

몇 십년만에 피었다는 꽃이 지천으로 펼쳐진 곳을 

세월아 네월아 걷다가

떠들고 웃기도 하고

맛있는 밥먹고

낮잠 한숨 자고
나비와 놀다

 

계곡에 발담그고 돌아왔습니다. 

 

 

 

 

              용설란

                                           - 가람-

     젖먹던 뿌리 힘까지 당겨


     꽃대궁을 하늘 높이 밀어 올린다


     수 십년만에 딱 한번 꽃을 피우고는

 

     미련 없이 생을 마감하는 용설란
 

     꽃 한 번 피우기가 그렇게 힘들었나 보다
 

     뙤악볕에 타들어가는 힘마져 다 소진하고
 

     화려하게 죽음을 위해 피우는 꽃을 보았는가
 

     산다는 건 꽃을 피우기 위해 서서히 죽어가는 것

     살아 있는 당신은 아직 꽃을 피우지 않은 거다              

        (역이민카페에 올린 이 글에 한국의 원주에 거주하는 시인 가람이 이 시 '용설란'을 댓글로 올리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