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는 이야기 [2016] [List] 
Oct 14, 2016 | Bob Dylan의 노벨 문학상 소식을 듣고 잠시 옛 생각에 빠지다
   


20대 시절에 즐겨부르던 노래 중의 하나가 이연실의 소낙비였다.
이 노래는 1963년 발표된 Bob Dylan의 두번째 앨범 수록곡 A Hard Rain's Gonna Fall 의 번안곡인데, 원곡과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사실 그 때는 번안곡인지도 잘 모르고 불렀던 것 같다.

1962년에 일어났던 미국과 쿠바간의 미사일 분쟁으로 고조된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 대한 메세지를 담았다고도 하는 이 곡, 대학 시절의 내가 가끔 기타반주로 이 노래를 부르면 내 어머님은 좋아하셨다.
난 대단한 불효자로 살았는데, 평생 어머님을 힘들게만 했지 기쁘게 해드린 기억이 없다. 그래서 내가 부르던 이 노래를 좋아하시던 어머님의 모습은 지금의 내가 죄책감을 감추고 약간의 마음의 기쁨을 얻을 수 있는 작은 조각이다. 밥 딜런의 노래와의 인연은 이렇게 젊어서 시작되었다.  

Blown' in the wind도 자주 응얼거리던 노래인데. 이 곡으로 당시의 한국에도 잘 알려졌던 밥 딜런은 1963년 정식데뷔 이후 몇 년간의 활동을 통해 반전과 평화, 히피문화등 당시의 젊은이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데 이 곡의 제목 A Hard Rain은 미사일, 핵을 상징한다고 일반적으로 해석되었다.

 이후 몇 년간의 활동 이후 밥 딜런은 자신이 부르고 있는 노래로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선언하고 다양한 음악적 변화를 보였다. 록음악을 거쳐 가장 전통적인 컨트리뮤직을 통과하고 80년대까지는 복음성가에 이르렀지만, 어쨌든 '밥은 우리의 마음을  열어주었고 엘비스는 우리의 몸을 열어주었다'고 평가받았다 (브루스 스프링스턴). 60,70년대 포크음악을 대표한다.

난 브루스 스프링스턴도 좋아하는데, 이 친구가 밥을 일컬어 '우리의 마음을 열어주었'다고 할 정도이니 밥 딜런이 대중문화에 미쳤던 영향은 생각이상으로 대단했던 것이리라. 

다시 한국과 관련해서는, 특히 내가 청년시대를 살았던 70년대의 한국에서는 '양병집'이라는 사람이 당시의 밥의 곡을 많이 부르거나 번안해서 내놓았는데, 이 '양병집'의 앨범은 유신시대때 판매금지를 당했다. 김민기의 음반도 판매금지를 당하던 시절이다.

"어디에 있었니 내 아들아,
어디에 있었니 내 딸들아,
나는 안개낀 산 속에서 방황했었다오"

이연실이 영롱한 목소리로 부르던 '소낙비'도 판매금지를 당했다. 나의 젊은 시절을 다 가져갔던 유신시대는 나중에 보니 이 곡에 '가사 저속, 계급의식 고양'등의 이유를 붙였다.

미국의 대중문화에 밥이 미친 영향이야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 살던 평범한 한 젊은 아이가 머리로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었지만, 젊어서는 그의 노래인 줄도 모르고 흥얼거렸고, 내 젊은 시절을 가져갔던 시대와 엮여 있고, 내 어머님을 기억하게 하고 있으니, 노래로 저 아시아 한 귀퉁이 나라 사람의 한 인생에 이리 영향을 미친 가수라면 까지것 노벨상을 받고도 남지 않겠는가.

밥이 부른 A Hard Rain Gonna Fall 은 지금 들어도 괜찮다. Joan Baez가 부른 것도 좋다.
근데 나는 이연실의 소낙비가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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