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중 꽃은 저 혼자 피지만 그 꽃 향기는 산 아래로 흐르는데
상구보리(上求菩提) 하화중생(下化衆生)은 어렵고 어렵다.
굳이 진리를 먼저 구해야 할까,
앞서가지 않으면 또 어떠리.
그래서
산중 꽃이 저 홀로 피지 못해 그 꽃 향기 멀리 흐르지 못하고
무리 속에 덜 향기롭게 피었어도
그런 것은 아쉽지 않다.
하지만
산을 등지고 흐르는 물을 앞에 두르는 곳에
갈 수는 없을 것 같다.
이것만은 가슴이 아프도록 아쉽다.
하지만 어쩌랴,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것을 잃어야 하는 것을,
젊은 시절, 이미 그것을 알았고 각오했던 것을.
그래서 얻을 수 없는 것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짙어진다.
김훈의 글
'광야를 달리는 말'에
"산을 등지고 흐르는 물을 앞에 두르는 낙원에
아버지와 우리는 한 번도 갈 수 없었다.
그래서 (........) 아버지의 말은 (......) 당신의 그리움을 토로하는 말처럼 들렸다."는 말이 나온다.
내게는 그 곳을 가는 것이
그리움보다는 갈증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