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는 이야기 [List]
June 13, 2012 | Mole tunnel (두더지 굴)

     

6월 10일.
    작년에 호박씨 받는 것을 잊어버렸다. 남은 씨가 딱 열 개, 그 중에서 네 개가 자랐다
 

이 호박이 올해 처음 달린 것이다.
    행여나 벌들이 게을러 수정을 안시켰을까 봐, 며칠 전 이른 아침 면봉들고 나가서 수정시켰다. 오경석이 웃었다, "벌들이 어련히 알아서 했을려고...."
 
6월 11일.
    퇴근 후 물주러 올라갔다가 두더지 굴을 보았다.
 
  6월 11일.
    굴만 판 것이 아니라 뻗어나가는 줄기를 밑동에서 삭뚝 잘라버렸다.
 
  6월 11일.
    두더지 굴은 메웠지만 저 호박은 어쩌나, 며칠 후면 먹을 수 있었는데.
 
6월 12일.
    잎이 시들었다. 애기호박은 여전히 싱싱해 보이지만 더 이상 자라지 않았다. 
 
6월 13일.
    잎이 거의 다 말랐다. 애기호박도 색이 변한다.

6월 21일.
   처음 호박을 수확했다. 따서 들고 보니 이 모양이다. 흙과 닿아있던 밑부분을 저리 다 갉아 먹어 위에서 볼 때는 몰랐다.

   우리 집 두더지는 겨울 내내 잠만 자다가 봄이 되어 따뜻해지고, 유병진이 열심히 밭을 일구어 씨를 뿌려 놓으면 꼭 거기서만 굴을 파기 시작한다. 상추밭에 굴을 파면, 어느 날 상추 몇 포기가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없었던 것처럼 사라져 버린다. 우리 집 마당에 사는 식구들 중 한 명은 이렇게도 게으르고 이기적이다.     


 

 저녁먹으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뒷마당이 아주 넓은 석재 친구네 한 집은 그 아버지가 총을 들고 뒷마당에 하염없이 앉아 있단다, 두더지 잡으려고. 석재친구가 하는 말이 자기 집의 '제 1라운드'라고 했다. 제 2라운드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고 모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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