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는 이야기  [List] 
Nov 19, 2011 | "니, 내 죽으모 또 올래?"
   

세시간을 날아 찾아간 아들과 며느리와 손주에게 어머님은 그냥 웃으셨다.
 “
엄마, 진아 왔어요!”
그래도
어머님은 쳐다보시며 그냥 서글픈  미소만 지으신다.
엄마, 진아 왔어요, 진아 왔다고요!”
석재도 오고, 석재엄마도 왔어요!” 

진아가? 진아 왔나?”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막내아들을 이제사 알아보신다.
일을 어쩔거나,
뼈만
남은 앙상한 다리로는 이제 더이상 걷지도 못하시고,
핏줄과
거죽만 남은 손으로는 숟가락도 입에 제대로 닫게하질 못하시고,
그나마
멀건 된장국물조차 제대로 떠 잡수시기 어려워 그냥 흘리신다.
말씀도 입안에서 우물거리고  제대로 발음하시기 어려워 자식도 알아듣기 어렵다

그래도 손주에게 물으신다.
"학교 마찼나?"
어릴 적 외국으로 떠나 자주 보지도 못한 당신의 막내손자이지만
막내손자의 일만큼은 정신을 붙드시고, 붙드시고 놓치 않으셨다.
막내손자가 대학을 졸업할 때임을 기억하고 계신다.

작으디
작게 변하신 어머님의 얼굴을 손으로 감싼다.
앙상히
뼈만 남으신 손을 두 볼에 대드리니
손으로 얼굴을 감싸안고 눈과 당신의 눈을 오래 맟추신다.

어머님이 휴지로 자꾸만 발가락 사이를 닦으신다.
발을 씻겨드릴까 여쭤보니 그러란다.
씻까주모 좋제
작은
대야에 미지근한 물을 떠와 방안에서 어머님의 발을 씻겨드린다.
발바닥을 문지르고 문지르고
발뒤축을
문지르고 문지르고
발가락
사이를 닦고 닦고
금새
물이 뿌엿게 더러워 진다.
비누칠을 하고 닦아낸다.

어머님 발의 때를 닦아내고
어머님의
눈에 눈물을 닦아내고
맘의 때를 닦아내고
눈에 눈물을 닦아낸다.

발을 씻긴 물이 너무 더러워 물을 떠와 다시 씻기고 행궈 드리려 하는데
요양원
2 담당자가 어느 틈에 바가지에 물을 떠와
씻기고 있는 손 위로 물을 부으며 그만 헹구라 말한다.
눈에 눈물이 나고
가슴에 눈물이 터져 그저 속으로만  외쳤다.
행여 내가 간 후에라도 어머님께 앙갚음할까 무서워서.

나쁜 년아,
씻기고
있는데 위로 물을 부으면 어떻게 발을 헹구란 말이냐
세숫대야에
물을 떠와 헹궈드릴 수도 없단 말이냐,
천벌을 받을 년아

3층에 계신 분이 어머님께 놀러오셨다.
장소로 이전해 오기 전에 있던 곳에서도 함께 계셨단다.
다리가 많이 아파 이곳에 오셨다는 그분은
내가 어머님을 뵈러 갔을 때마다 2층으로 내려와 어머님께 들러 잠시 놀고 어머님 손에 그때마다 사탕을 쥐어 주시고는 하셨는데
번째 마지막으로 뵜을 때는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들을까 방바깥을 쳐다보고
그들이 듣지 못함을 재삼 확인한 다음에야 한을 하신다.
여기가 어디 사람사는 곳이야? 감옥소지, 감옥소

모진 자식놈아,
어머님은 일곱 자식을 낳아 기르셨는데
너는
어머님을 저기에 두고,
그것도 모자라
그래 일 년에 한번
이 년에 한번, 삼 년에 한번
그래 찾아뵈면서
가슴이
아픈 한단 말이냐,
겨우 어머님 한번 씻겨 드리고는 가슴이 아픈 한단 말이냐.

형제자매들은 그래도 매양 찾아가고 보살펴 드리고
일이라도 있으면 달려갈 지척에 있질 않느냐?
너는 외국땅엘 살면서,
아니 한국땅엘 때도
어머님 한번 뫼신 적도 없으면서
니가
무슨 가슴 아파할 자격이라도 있단 말이냐?

어머님 팔이 뼈만 남도록 앙상해도
니가
어머님을 위해 일이 뭐있다고
이제 나이 들어 어머님 북망산천 갈 날이 다가오니
이제와서 가슴아픈 한단 말이냐?

모진 자식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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