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는 이야기 [2018] [List] 
Mar 31, 2018 |  작고 예쁜 아이가 찾아오다
   

 

2001년부터 2012년까지 살던 Rowland Hts.의 집 뒷마당에는 과일나무가 많았다.
오렌지, 자두, 감, 금귤, 무화과, 레몬, 포도나무해서 열 그루 정도 있었다.
나무들도 튼실하고 커서 해마다 풍성한 과실을 얻었다.

과실을 수확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는데, 오렌지는 겨울지나 봄이 오면 나무에서 따먹기 시작했고,
감은 겨울오기 전에 모두 수확해야 했다. 수도 없이 달린 감을 따는 연래행사는 힘들기는 했지만, 선물로 주기도 하고
그냥 먹기도 하고, 얇게 썰어 말린 다음 간식으로 먹기도 했다.
아까워서 남김없이 다 땄다, 한 두개만 남겨두고.

뒷마당을 휘돌아 감는 포도나무는 포도가 너무 많이 달려 손님들을 불러 포도수확하는 날도 있었다.  
아까운 과일이라 남김없이 다 따고, 다 먹었다.
그랬다, 그러했다.
 


부끄러웠다, 너무 부끄러워 얼굴이 벌개지고 숨이 가빠왔다.

"뒷마당에 과일 나무 한 두 그루는 심어놔요, 작은 짐승들이 먹을 수 있게.
특히 추운 겨울에 그들이 식량으로 삼을 수 있도록 따지 않고 그냥 놔둡니다"
뭐 대충 그런 얘기였다.  어디선가 어느 사람의 그 말을 보고는 내가 부끄러워 죽을 지경이었다.

 

나는  이 지구가 인간만이 아니라 인간이 다른 생명체와 함께 살아가는 생태계라고 말하고, 믿고, 행동한다고 생각했는데
실로 내가 하는 내 행동은, 나의 일상생활에는 전혀 그런 인식이 담겨있지 못하다는 말인가,
말 다르고 행동 다르고 그랬단 말인가?
내 주변에 사는 새와 작은 동물들과 마당에 열리는 과일 하나 나눠먹을 생각조차 못하면서 무슨.....  
 

 

이곳은 넓은 땅을 가진 나라다. 그래서 집도 땅이 넓고 특히 뒷마당도 여유로운 공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근래 들어 이런 인간의 주거형태가 대도시 지역에서는 급격히 변하고 있다.
인간의 밀집도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인간들의 주거공간이 부족해지고, 주거공간인 집은 가격은 크게 올라갔다.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이들의 주거공간은 계속 작아지고, 그 환경 또한 나빠진다. 마당같은 것을 가질 여유가 없다.
경제적 능력이 있는 이들은 주거공간 자체는 더욱 넓혀 가지만 마당같은 것은 더욱 줄여간다. 
없는 이든, 있는 이든 살아가기 위한 경제활동은 더욱 바빠지고,
뒷마당같은 곳에 신경을 쓸 여유는 점점 없어진다. 

 예전에는 집들이 넉넉한 뒷마당을 가지고, 거기에는 나무가 있고 과실들이 있었다.
이젠 뒷마당이 점점 없어지고, 나무도 줄어들고, 더우기 과실나무들은 드물어 진다.
새나 인간의 거주지 부근에 사는 작은 짐승들이 먹을 것이 점점 없어져 간다. 

                                                                                                            (All pictures taken by Oh, Gyeong seok)

다람쥐가 왔다. 마당에 떨어진 귤을 다람쥐가 물고 간다.
무거웠나 보다, 가다가 서있더니 그만 놓아버리고 그냥 간다.
마당을 만들려고 헤쳐놓은 땅에 경사진 곳이 작은 다람쥐에게는 건너가기가 어려웠을까?
한참을 서 있더니 조심스레 건너간다.

그렇게 사라지더니 한참후에 다시 돌아온 다람쥐는 아까 물고가다 놓아둔 귤은 잊어버렸나 보다.
아까 두고간 것이 아니라, 나무밑으로 가서는 다시 다른 것을 물고 이제는 담벼락으로 달려가
그걸 입에 문 채로 담벼락을 타고 올랐다.

우리 집 근처에 아무리 생각해도 과일나무가 있는 집이 생각나지 않는다.
저 다람쥐가 도대체 무얼 먹고 살까, 도무지 알 길이 없다, 굶주릴 터이다.


 

매일 하나씩 담벼락에 올려놓아 주니 저녁에 돌아오면 없어진다.
뭘 좀 줄 다른 것이 없을까....  도토리나 밤을 사와서 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