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는 이야기 [2017] [List] 
Feb 07, 2017 | 은행에 갔다. "왜 왔느냐"고 묻는데 모르겠더라, 그래서 "모른다"고 했다.
   

오늘은 예정에 없이 하루를 쉬기로 한 날, 2월 7일이다.
오경석이 은행도 가고 점심도 먹고 Trade Joe's도 같이 들렀다 오자 한다.

1.
Buena Park에 있는 한국계 은행 '한미은행'에 들렀다.
조금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앉아 있는데
오경석은 잠시 차에 갔다 오겠다며 나간다. 
그 사이에 은행 직원이 와서 "왜 오셨냐" 물으며 도와주겠다고 한다.
 


은행에 오기 전에 오경석과 했던 대화가 머리속에 엉킨다.
내가 왜 여기 와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말들이 머리속에 지나간다.
[아, 내가 왜 은행에 왔는지 대답해야 하는데....
적금, 그걸 뭐 어떻게 해야 된다고 했는데.....
적금을 새로 드는 건데....아니야 그건 이미 했는데.....싸인을 해야 된다고 했던가....
아니, 그거 아닌데....
이거 미치겠네, 이거 뭐라고 딱 말해야 하지.....
그래, "나는 그냥 따라 오라고 해서 왔는데, 뭘 하러 왔는지......... 잘 몰라요....
제 집사람 오면 물어보실래요?"라고 말하자.....]

 

                  여기 오기 전에 분명히 왜 은행가는지 물었다, 혼자 가면 되지 왜 나도 같이 가야 하냐고.
                  오경석 
 "우리는 Joint Account를 갖고 있어서.....
                                적금을 새로 들어야 하는데.... 그러면 당신도 같이 가야 하고....."

                  나
         "그러면 Account에서 내 이름은 빼버려, 그럼 앞으로 당신 혼자 가도 되잖아"
                 오경석   
 "그게 그렇게 안되고, 그럴려면 .......뭐뭐뭐.....이렇게 해야되고....뭐뭐뭐......
                                아니면 저렇게 해야 되고....뭐뭐뭐"

                  나         
"알았어, 그럼 같이 가지 뭐....."

 

  왜 오셨냐고 묻는 은행원에게 대답했다.
" 모르는데요?"
여기 왜 왔느냐고 묻는 이에게, 내가 지금 여기 왜 와있는지 모른다고 나는 지금 말하고 있어.
이런 황당한 일이 있나....내 마음이 급해져....
 
묻는 은행원과 나 사이에 아주 잠시 공백이 생겼고, 뭐라도 더 설명을 해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이 내게 생겼다.
"저기... 집사람이 은행에 볼 일이 있어 왔는데,
(손으로 저쪽 앞에서 다른 손님을 모시고 일을 하고 있는 어느 은행원을 가르키며)
저기 저 분이 우리를 도와 주실거라고 해서 지금 기다리고 있어요...."
은행직원 "아, 네......"

 

오경석이 돌아온 후 우리는 이 은행직원의 도움을 받아 필요한 일을 다 마쳤다. 
물론 나는 진행되는 복잡한 과정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사실은 별 관심이 없었던 게지....
무슨 2년 만기 적금을 든다고 하는 것은 분명히 안다, 그것만 알면 되잖아?
다른 건 그냥 하라고 하는 걸 하면 되고...
싸인하라고 하는 곳에다 싸인하면 되는 거고....

은행일을 마치고 오경석에게 사실은 이런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왜 왔느냐고 묻는데, 나는 내가 왜 여기 왔는지 모른다고 했어,
그 직원은 분명 '뭐, 저런 얼간이가 다 있어' 했을거야"

 

오경석은 대답하기를
"괜찮아, 남자들이 그렇다는 걸 여자들은 다 알아!"
????
(말도 안돼.....)
 

 

2.
은행일을 마치고 Rowland Hts. 의 중국음식점 '신원'으로 가서 점심을 먹었다.
우린 이 집을 좋아한다.
늘 깨끗하게 세탁된 하얀 천 식탁보를 깔아주는 이 식당을 좋아한다.
그리고 사실은 무엇보다도 음식이 맛있어.
더구나 우린 이 집의 오랜 고객이라
오늘도 오경석이 "언니, 나 이것 좀 더 줘"해도 웃으며 더 준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Boba Tea를 사먹었다,
배는 부르지만 이 동네를 왔을 때는 이건 먹어야 해.
보바 Tea 한 잔 사서 먹으며 즐겁다.
 


이제 집에 가는 길에 Whittier City에 있는 Trade Joe's 에 들러 필요한 걸 사고,
오경석은 치과 약속엘 가면 된다. 
 하지만 집에 나를 내려주고 가야 하는데 시간이 빠듯하다.
빠른 길을 찾는다.
 

오경석이 지시를 한다.
"Colima Rd로 내려가면 Trade Joe's에 들어갈 때 우회전을 하고 유턴을 하고 다시 좌회전을 하고
그래서 복잡해.
그러니 Colima Rd를 택하지 말고,
Harbor 길로 내려가 Whittier Blvd.로 가, 그러면 바로 Trade Joe's로 들어갈 수 있어"
이렇게 오경석이 길을 정하고, 나는 시키는 데로 운전하고.
그렇게 내려오는 동안
아무래도 시간이 빠듯하니 Trade Joe's 에 들러 물건을 사는 것은 나중에 오경석이 혼자 하기로 하고
집으로 바로 가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어느 길로 해서 Trade Joe's 로 갈 것인지를 정하고, 그 길을 따라 내려오고,
그 사이에 계획을 바꿔 바로 집으로 가기로 하고.....
그러다 Trade Joe's 앞에 차가 도착한 것은 그저 1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그러니까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Trade Joe's 에 들어가는 길이 복잡한, 우회전을 하고 다시 유턴을 하고 그리고 다시 좌회전을 해야 들어갈 수 있는 Colima Rd. 를 택하지 않고,
큰 길에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Whittier Blvd. 를 택해 지금 이곳에 도착한 거야,

 

그런데 그 Trade Joe's 앞의 Whittier Blvd.에서 유병진이 이런 거야,
"아니, Trade Joe's 에 들어갈려면 우회전을 하고, 유턴을 하고, 다시 좌회전을 해야 들어갈 수 있다며?
....근데 이거 바로 들어갈 수 있잖아?
왜 여기 들어가는 길이 복잡하다고 그랬지?"

 

오경석이 화 안내고 차분히 설명하더라.
"그래서어~~ Colima Rd.로 안오고 이 길로 왔잖아,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이 길로 왔잖아?"

 

10분 밖에 안지났다, 그 사이에 다 까먹었다.
난 내가 3초 밖에 기억력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붕어가 되었다고 한탄했다.

 

 

3.
올 시간이 지났는데 오경석이 아직이다.
집에 나를 내려주고 치과와 Trade Joe's를 다녀오기로 한 오경석이 아직 안돌아오고 있어 약간 걱정이다.
뭐 별일이야 있을라고....
 


한참이나 늦어서야 돌아오더니
"당신 마누라 클 났어" 한다.
치과에서 Trader Joe's, 거기서 다시 집으로 오는 길을 몇 번이나 잃었단다.
어딘지 모르는 이상한 길로 가버리지를 않나,
길을 잃어 갑자기 Freeway 로 들어가 버리지를 않나,
그래서 무작정 Freeway를 나와 눈에 보이는 Shopping Mall로 들어가 Navigation을 킨 다음에야
집을 찾아왔단다.
Navigation이 시키는 대로만 해서 집에 왔단다, 어떻게 온 것인지도 모르고.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둘이서 다 그러고 있다.
 웃을 일이 아냐, 어찌할 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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