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는 이야기 [List]
June 10, 2012 | 점령군, 복숭아 나무

     

  아주 화창한 일요일이다. 오경석과 함께 일을 마치고 들어왔는데도 아직 어두워지려면 멀었다. 
어린 묘목을 사다 심은 복숭아 나무가 벌써 어른 나무가 되었다. 2년 전부터 과실을 달기 시작했는데, 그 해는 새와 개미와 벌레가 전부 먹었다. 우리는 먹어보지도 못했다.

   작년에는 우리도 좀 먹자고 걔네들이 달려들기 전에 전부 수확했다. 너무 안 익어서 맛이 없었다. 나눠 먹을 생각을 안하고 전부 혼자 먹으려고 했으니 그렇지.

    올 해는 열심히 눈치를 보다가 왼쪽 복숭아처럼 '마당에 사는 우리 집 식구들'이 먹기 시작하면 그것은 그들의 것, 그리고 오른쪽 복숭아같은 것은 '집 안에 사는 우리 집 식구들'의 것, 사이좋게 나눠 먹었다.
    하지만 단내가 나고 부드러워 지기 시작하는 복숭아는 다 걔네들이 먼저 먹기 시작한다. 그래서 걔네들이 막 입을 대기 시작한  몇 개는 '우리의 것'이라고 주장하고 뺏어왔다. 니네 먹을 것은 충분히 남겨줬으니 괜찮지?  
 

이 복숭아 나무는 뒷마당 한 편의 점령군이 되어 버렸다. 밑에 있는 장미 다섯 그루가 햇볕을 못 받아 시들시들 꽃도 못 피우고, 화분의 선인장 위로도 푸른 잎을 늘어뜨리며 위세를 부린다. 하지만 무궁화 나무만큼은 그 기세에 눌리지 않고 꿋꿋이 꽃을 피운다. 이 녀석아, 친구들과 함께 살아 가라니까!

   이 날, 복숭아를 따고 가지를 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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