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는 이야기 [List] 
Feb 12, 2012 | 봄꽃 수선화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 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정호승의 수선화에게)

 

봄이 온 듯 싶었다.
수선화가 피었다.

 
오렌지 나무에도 꽃이 피었다.
두 주 전에 딴 오렌지는 아직 신 맛이 남아있어
따지 않고 두었는데
내년에 과실을 맺을 꽃들이 벌써 그들과 어울어졌다.   
 
아직은 이월이라 봄이 오고있음을 믿지 못하여
무화과나무, 감나무, 대추나무, 자두나무에게 물으러 갔다.
그들은 줄지어 서
싹 하나 틔우지 않고 송두리째 알몸을 드러내고 있었다.

1월이면 빼놓지 않고 찾아와
봄 따뜻해야 사라지는 내 몸의 재채기, 콧물, 눈 가려운 증세는 여전하고
오경석은 한 달 이상 독감을 앓아 집밖 출입도 못하고 있다.
봄이 온 듯 하지만
아직은 봄이 오지 않았다.

봄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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