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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r of 2010
                                                                                                    우리는 재미있게 산다 (Mar 2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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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재미있게 산다. 

웃느라고 바빠 재밌게 산다.

 

어제 저녁에 집에 가는 길에 시장을 보고 들어갔다.

내 퇴근길에 시장을 보는게 쉬어서 주로 내가 한다.

이것 저것 사서 배고프다고 오경석에게 전화해서

얼른 저녁먹을 준비해놓으라고 했다.

 

시장본 거 풀어놓고 마누라는 부엌에서 저녁준비하고...

비빔밥을 먹는다고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바쁜 오경석에게

계란을 구울려고 가스레인지에 후라이판을 얹어놓은 오경석이 바쁘니까 내게 계란을 구우라고 시킨다.

"후라이판에 불 붙여놨으니까 계란 좀 구우세요"

후라이판에 불을 붙여????

 

밥먹는 내내 아들과 함께 오경석을 놀려 먹었다.

셋이서 눈물을 찔금거리며

밥먹으면서 놀리고, 밥먹고 나서도 놀렸다.

 

밥먹고 나서 과일을 먹자는 오경석이 하는 말이

"복숭아 조림 먹자...."

후라이판에 불붙이고, 복숭아 켱조림먹자!!!

후라이판에 불붙이고, 복숭아 켱조림먹자!!!

 

저녁내내 오경석과 둘이서 눈물을 찔금거리며 우리의 이상해진 한국말투를 자조하며 웃으라고 바빴다.

그런데 반격의 기회를 노리던 오경석에게 그만 당해버렸다.

영어는 여전히 버벅거리고,

한국말은, 모국어인 한국말은 가끔씩 저렇게 이상하게 튀어나오는 신세를 한탄하면서

내가 그만 .....

"한국서 온 지 일주일밖에 안된 사람하고 이야기하는데 영어단어 안 섞어 쓸려고 애를 썼다"는 말을 이렇게 해버렸다.

 

"한국서 온 일주일하고 이야기,....일주일된 사람하고 이야기를 하는데......"

마누라가 이 기회를 절대로 놓칠 리가 없다.

눈물을 찔금거리며 날 놀린다.

"한국서 온 일주일하고 이야기하니까 좋았어?"

"한국서 온 일주일하고 이야기하니까 좋았어?"

 

사실은 이런 때만 되면 오경석이 전가의 보도처럼 써먹는 무기가 있다.

내가 언젠가 저녁먹으며 오경석에게 그만 이렇게 말해버리고 말았던 적이 있었거던.

"라디오타고 오다가 차들었는데...."

퇴근길 차 안에서 라디오에서 나오는 무슨 소식인가를 듣고는

"차를 타고 오다가 라디오를 들었는데" 라는 말을 "라디오타고 오다가 차들었다"고 해버렸던 것이다.

그 날 저녁 밥상 앞에서 오경석은 아예 눈물을 흘리며 뒤집어지고 난리가 나고

오경석이 말을 해줄 때까지 말을 이상하게 했다는 걸 전혀 못 느끼고 있던 나는....

얼굴이 술먹은 사람처럼 달아오르는 걸 느끼고 뭐라 할 말이 없어 같이 눈물을 찔금거리며 웃었다.

뭐 어떡할까, 같이 웃는 수 밖에.

 

우린 어쩌면 좋을까?

후라이판에 불붙여, 켱조림먹고, 한국서 온 일주일하고 놀고, 라디오타고 차듣고....

가끔씩 이렇게 헷갈리는게 아니라 자주 저런 말투를 쓴다.

우린 이제 한국사람도 아니고 미국사람도 아닌가 보다.

 

그래서 그 때마다 눈물을 찔끔거리며 웃는다.

웃느라고 뒤집어진다.

 

우린 웃고 산다.